영화관 티켓 1만5000원 시대…이게 다 배우 비싼 몸값 때문?

2024. 8. 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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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전지적 시네마 시점
OTT 시리즈 ‘스타워즈 애콜라이트’에 출연한 이정재. [사진 디즈니+]
서소문 근처의 직장을 다니는 40대 K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콩국수이다. 여름에는 꼭 서너 번을 먹어야 더위가 간다고 생각해 왔다. 마침 자신의 일터 주변에 서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콩국수 집, J회관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콩국수 앞에서 신중해졌다. 가격이 턱없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 그릇에 1만6000원. 콩국수를 먹으러 갔다가 1만원짜리 김치찌개로 바꾼 적이 많다.

이런 K씨에게 영화 티켓이 1만5000원인 것도 비싸게 느껴지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콩국수에 비하면 그리 심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통신사와 카드 할인, 이런저런 혜택을 최대한 받으면 9000원까지도 내릴 수가 있다. 극장에서도 이런 저런 욕망을 좀 줄인다. 팝콘이나 음료를 가능한 먹지 않는 거다.

스타 배우 최민식은 최근 한 토크 프로에 나와 그 부분을 지적했다. 티켓 값 1만5000원에 대해 “비싸긴 하다. 둘이 가면 3만원이니까. 팝콘, 커피에 끝나고 맥주라도 한잔 하면 굉장히 부담되는 가격은 맞다. 여자 친구하고 데이트 하면 10만원이 훌쩍 넘겠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면서 티켓 값을 좀 내리라고 했다. 다들 OTT로 돌아 서게 되는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극장업계도 코로나 때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라 심정적으로 이해는 간다”는 말도 했다.

카이스트 교수, 최민식 발언 논점 비틀어
최민식
최민식의 이날 발언은 티켓 값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 보다 OTT와 극한 경쟁에서 티켓 값 문제로 관객을 잃지 않기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걸 카이스트의 모(某) 교수가 논점을 비틀어 놓았다. 최민식에게 “출연료를 자기 영화 상영하는 극장을 위해 기부한 적이 있느냐”고 비난했다. 이 말은 마치 영화 입장권의 가파른 인상이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로 인해 제작비가 높아진 걸 보전하려는 차원에서 관객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킨 결과라는 논리처럼 들렸다.

그 교수의 공격으로 최민식의 발언은 스타 배우들의 몸값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 갔다. 이제 티켓 값이 얼마가 적당한가 보다 스타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아도 되느냐는 볼멘소리들이 모아지게 됐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극장료 인상과 배우들의 개런티는 다른 궤도의 사안이다. 지구와 금성이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 교수의 최민식 발언은 대중들의 경제적 피로감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무리한 비판이었다.

중견 영화감독 Y(60)는 그 발언은 고소득자에 대한 비틀린 시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최민식은 자신의 연기 능력과 스타성으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돈을 번 고소득자일 뿐이다”라면서 “고소득자도 부당하게 번 돈이 아니라면 언제, 무슨 이슈이든 자신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어쨌든 배우의 고소득이 문제처럼 인식되는 건 상당 부분 OTT때문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직배사의 대표 M씨(49)는 “OTT들이 한국 제작비, 특히 배우 개런티를 엄청나게 올려 놓은 게 맞고 그래서 제작비가 인상되었으며 그러다 보니 극장에서는 BEP를 맞추기가 어려운 건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면서 “그렇다고 그것이 티켓 가격과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코릴레이션(Correlation, 상관 관계)은 있을 수 있으나 코젤러티(causality, 인과관계)는 아니다”고도 했다.

현재 OTT들의 배우 개런티 책정이 우려의 시선을 모으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화제는 최민식에게서 시작된 게 아니다. 디즈니+가 지난 5월 공개한 드라마 ‘삼식이 삼촌’의 송강호의 회당 8억원설이 한동안 나돌았는데,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계 안팎에서 ‘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성급한 지적이 나오자 송강호 측이 반박하기도 했다. 최민식에 대한 카이스트 교수의 비난 섞인 비판도 톱스타들 몸값에 대한 불만과 시기, 질투가 뒤섞여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몸값은 꽤나 정교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이 분야가 가장 발달한 곳은 역시 할리우드다. 할리우드는 통상 픽스드 샐러리(fixed salary)로 개런티를 결정한다. 전체 프로덕션 비용, 곧 전체 제작비의 몇 퍼센트를 상한선으로 두고 결정한다는 얘기이다. 예를 들어 ‘미션 임파서블7’의 제작비가 3억 달러(3980억원)라면 10%, 그러니까 3000만 달러 선에서 주연급 개런티가 결정되는데, 톰 크루즈 같은 초A급 스타인 경우 여기에 백 엔드 딜(back-end deal) 혹은 프로핏 파티시페이션(profit participation) 계약을 별도로 하게 된다. 일종의 러닝 개런티 계약이다. 특히 톰 크루즈 같은 세계적 배우의 경우 나라 별로 이 계약의 내용과 범위가 각각 따로 정해지게 돼있어 그 계약 과정에 전문 회계 변호인단이 개입할 정도가 된다. 결국 천문학적인 개런티 수익을 가져 간다는 얘기다.

이정재의 ‘스타 워즈’ 출연료는 넷플릭스 출세작 ‘오징어 게임1’의 세계적 인기를 감안해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정재가 톰 크루즈 급은 아니니 백 엔드 딜 등 러닝 개런티 계약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아직 ‘라이징 스타’이지 A 리스트 스타는 아니다. 다만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2’에서 회당 1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속편의 화제성에 따라 할리우드에서의 몸값은 차근차근 올라갈 것이다. 배우 측에서는 이런 ‘개런티 입소문’들에 대해 부인도 시인도 안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른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전법이다. 시인보다 부인을 안하는 것은 차제에 올라간 금액만큼 몸값을 책정할 수 있다 라거나 (소문을 그냥) 놔두면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미지 관리가 병행된다면 과도하다고 비난 받는 출연료 책정 이슈는 시간이 지내면서 기정사실화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동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기본적으로는 전체 제작비에 연동해 주연급의 개런티를 결정하지만 나라별로 혹은 플랫폼 별(극장과 비극장, 특히 OTT)로 러닝 개런티를 섬세하게 짜는 수준은 아니다. 아직 그 수준까지는 가지 못했으며 이 문제에 대한 정교한 사례 연구들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법률과 제도의 영역을 손봐야 하는 문제다.

배우 개런티와 티켓값은 별개
‘삼식이 삼촌’의 송강호. [사진 디즈니+]
어찌 됐든 배우들의 개런티 문제가 티켓값 인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카이스트 교수의 발언 의도는 달랐더라도 티켓값 문제를 불필요한 논쟁으로 비화시킨 책임은 있어 보인다. 물론 티켓값은 비싸다. 배우들의 몸값도 물론 너무 비싸다. 하지만 전자에 대한 불만과 후자에 대한 불만은 성격이 다르다. 하나는 실물경제적 차원이고 하나는 욕망의 문제이다. 둘 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것들이다.

진짜 문제는 다양한 가격 스펙트럼이 없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州) 마다, 시(市)마다 극장 값이 다르고 블록버스터 영화와 예술영화의 티켓 가격이 다르며 아침과 저녁, 주중과 주말 등등 시간대마다 모든 가격이 다르다. 미국의 영화 티켓 값은 그래서 일률적으로 얼마다, 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 이 문제는 단순히 값을 내리는 게 아니라 관객 스스로 가격과 영화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범위와 스펙트럼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논쟁이 계속된다. 유럽 예술영화를 수입해 오며 손해를 입은 적이 더 많은 영화사 C의 L씨(49)는 “티켓 값이 비싸서 영화 안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티켓 값은 내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서울 사당동에서 오랫동안 예술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배급사 이사 J씨(54)는 “예술영화의 가격을 내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책적인 조치와 각종 지원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선다.

이런 상황에서 CGV 등 극장 측이 가격을 좀 낮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컬쳐 위크’를 만들고 특정 기간에 장당 8000원으로 인하한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극장 티켓료는 결국 합리화 될 것이다. 그 가격이 얼마로 책정될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콩국수를 마음껏 먹고 영화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시절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연합뉴스·YTN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이후 영화주간지 ‘FILM2.0’창간, ‘씨네버스’ 편집장을 역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컨텐츠필름마켓 위원장을 지냈다. 『사랑은 혁명처럼 혁명은 영화처럼』 등 평론서와 에세이 『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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