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유통] 韓中日 두부 식문화 이렇게 다르네
변형 조리법 발달한 일본·중국, 한국은 모양 살려 요리
건강한 식물성 원료 인기…미국선 치즈 대체재로 활용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두부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밖에서는 한국인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두부를 소비해 왔다. 해외여행에서 현지 두부 요리를 처음 접한 한국인이 그간 먹어 본 두부 요리와 크게 달라 당황했다는 경험담도 으레 들을 수 있다. 나라별 두부 식문화, 과연 무엇이 다를까.
풀무원에 따르면 선호하는 두부의 형태와 먹는 방법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오랜 기간 지역과 현지인 입맛에 맞는 조리법이 정착하고 발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두부 제품군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 두부 요리의 특징은 두부의 모양을 최대한 살린다는 점이다. 순두부를 제외하면 모양이 잘 망가지지 않는 단단한 제형의 두부가 주로 소비된다. 찌개와 전골, 무침 등 단골 반찬 재료로 밥상에 오르고 김치와 곁들이거나 계란물에 부쳐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두부 요리는 재료로 두부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부드러운 두부 질감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순두부와 모두부의 중간 질감인 연두부 소비량이 많다. 일본 오키나와현에 거주하고 있는 김 모 씨(28·남)는 "일본에서 먹은 국물 요리에 들어간 두부가 연두부만큼 부드러워서 놀랐다"며 "한국과 비슷한 두부 조리법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가공두부 제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요리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두부 구매량이 많다. 두부의 원형을 살려 요리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두부를 튀긴 유부, 끓인 콩물의 막을 건져 굳힌 유바 등 변형 요리도 발달해 있다.
풀무원은 부드러운 두부를 선호하는 일본인의 취향을 역으로 공략하기 위해 지난 2020년 '두부바' 제품을 현지에서 선보였다. '두부바'는 편의점에서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인기를 끌며 지난달 기준 누적 판매량 7000만 개를 돌파했다.
두부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은 아시아권 국가 중에서 두부를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한다. 식전 요리부터 반찬, 디저트까지 두부를 활용한 음식이 대중화돼 있다. 말린 두부, 얇은 두부, 두부로 만든 셰이크 등이 그것이다. 두부를 소금에 절인 뒤 발효시키는 취두부는 중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두부 요리 중 하나다. 중국인들은 볶음 요리에 사용하는 단단한 두부, 생식으로 먹는 부드러운 두부 등 다양한 질감을 두루 활용한다.
서양 문화권에서 두부는 동양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 식재료다. 미국에서는 식물성 원료를 쓴 건강한 음식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현지 두부 수요가 성장하고 있다. 단단한 두부는 썰었을 때 생김새가 샐러드에 곁들이는 치즈와 비슷하기 때문에 대체 재료로 선택되기도 한다.
풀무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물컹한 식감을 가진 식재료를 선호하지 않고 콩이 내는 특유의 비린내도 꺼린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2배 이상 단단한 제형의 제품이 잘 팔린다. 풀무원은 미국에서 한국 두부보다 2~4배 단단한 '슈퍼 펌 두부'와 단백질 함량을 일반제품보다 1.8배 이상 높인 '하이 프로테인 두부', 콩냄새를 없애고 소스를 넣어 구운 '시즈닝 두부', 샐러드에 치즈 대신 얹을 수 있는 '토핑용 두부' 등을 팔고 있다.
풀무원이 국가별 취향에 맞춰 개발한 두부 제품들은 현재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두부와는 거리가 있어 수요를 공략하기 어렵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일본에서 흥행하는 풀무원 두부바는 한국에 잠시 들였다가 수요가 적어 유통을 중단했다. 해외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그 나라에서만 색다르게 맛볼 수 있는 두부 요리를 경험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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