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51] 미국 리테일의 수도
지난 대선부터 공화당 쪽으로 기울기는 했지만 오하이오는 전통적인 경합주(Swing State) 중 하나다. 미국을 축소해놓은 것 같은 주의 모양에, 북동부의 클리블랜드와 남서부의 신시내티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을 지지하고, 그 중간에 주도(州都)인 콜럼버스가 있다. 이런 균형은 정치적 성향 이외에도 다른 여러 측면에서 미국 중산층을 대표하는 지표가 된다. 그중 하나가 소비 성향, 특히 패션의 선호 스타일이다.
콜럼버스는 비슷한 규모의 도시에 비해 쇼핑센터의 수가 훨씬 많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다음으로 큰 패션 시장이자 테스트 마켓이기도 하다. ‘리미티드(The Limited)’ 소속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 배스 앤 바디 웍스, 그리고 애버크롬비 & 피치 등이 그 본사를 두고 있다. 패션 하우스들은 계층과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사는 지역별로 의도적으로 차별화된 인테리어와 스타일의 상품을 뿌린다. 그러고선 선호도와 판매 실적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 그중 최적의 스타일과 디자인을 전국의 매장으로 확산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런 시스템과 흐름을 간파하기 위해서 많은 뉴욕의 디자이너들도 정기적으로 콜럼버스를 방문한다. 직접 눈으로 소비자들의 패션을 확인해서 레이더에 잡히는 감각과 취향을 낚기 위해서다. 한국의 패션업 관련 종사자들도 사업차, 연구차 출장과 견학을 오는 도시다.
파리지앵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듯 콜럼버스 주민들은 쇼핑을 즐긴다. 가족과 나들이를 쇼핑센터로, 친구와의 약속도 쇼핑과 함께, 식사도 운동도 쇼핑 전후로 한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듯 얼마 전 이스턴(Easton) 쇼핑센터는 하나의 대형 건물로 지어진 쇼핑몰이 아닌, 옥외 광장과 길거리, 공원을 조성하고 그 주변에 상점 건물이 배치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마치 예쁘고 작은 마을을 방문해서 거닐며 쇼핑을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주말은 노동절 연휴다. ‘백투스쿨(Back to School)’을 준비하는 학생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이 여름의 마지막 쇼핑을 즐기는 시간이다. 고객들이 콜럼버스의 쇼핑센터를 휩쓸고 가면 또 새로운 패션의 트렌드가 예측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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