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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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파도 참을 수 있는데 자식이 아픈 것은 참기 좀 힘들다.
내가 힘든 건 해결할 수 있는데 자식이 힘든 건 방법이 없다.
어렸을 때 내 어머니가 지금의 나와 같았다.
그녀는 내가 잠든 방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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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이제 없지만
엄마의 몸속에 할머니가 다시 살고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나를 낳아
내 몸속에 엄마가 다시 산다면
내 몸속에는 할머니도 있고 엄마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눈빛은 나만 보는 것이 아니고
내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만은 아닐 것이고
내 팔다리에도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 엄마들이
함께 웃고 울고 하는 것 아닐까
외로워도 외로운 게 아니다
혼자이지만 혼자일 수가 없다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근화(1976∼ )
나는 아파도 참을 수 있는데 자식이 아픈 것은 참기 좀 힘들다. 내가 힘든 건 해결할 수 있는데 자식이 힘든 건 방법이 없다. 아프고 힘든 아이가 방문을 닫고 들어가면 엄마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기도가 나의 모든 힘을 끌고 나와서 아이에게 들어갔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내 어머니가 지금의 나와 같았다. 그녀는 내가 잠든 방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딸아이 방문 앞에 엎드릴 때 나는 혼자 있지 않다. 여기 없는 내 어머니가 나와 같이 있다. 아이야, 엄마와 할머니가 너를 위해 기도한다. 아이야, 이겨내라. 부디 힘을 내라.
이근화 시인의 시를 보고 한참을 울었다. 이 시가 슬퍼서가 아니라 고마워서 울었다. 혼자이지만 혼자일 수가 없다는 말을 나는 여태 기다렸다. 내 몸속에 나를 도와주는 엄마가 있고, 엄마의 엄마가 있다는 말을 기다렸다. 간절히 기다렸더니, 시인이 알고 보내준 느낌이다. 덕분에 오늘 밤에는 조금 더 오래 엎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세상 모든 힘든 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엄마는 혼자가 아니라고, 다른 엄마들이 있다고. 같이 사랑하고 있는 엄마들이 있다고. 우리에게는 기도를 바칠 자식이 있다고.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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