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교과서 보니…7종 이승만 '독재', 1종 '집권 연장'(종합)
나머지 7종, 모두 '독재' 표기…朴 퇴진 서술도 차이
논란 교과서, '민간인 국정개입'…본문엔 촛불 없어
9종 교과서 모두 '자유민주주의'와 '8·15 정부수립'
비상교육, 본문에 천안함 피격 없어…연표에 기재
[서울·세종=뉴시스] 고홍주 김정현 기자 = 교육 당국의 검정 심사를 통과해 내년 3월부터 고등학교에서 도입될 수 있는 새로운 한국사 교과서 중 일부가 보수 편향적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장 보수적이라 평가 받는 한 교과서는 다른 교과서와 달리 이승만 정권에 대해 '독재'라는 서술을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 시위에 대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
30일 교육계에서 입수한 새 고교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8종(리베르스쿨 제외)을 살펴보니 이와 같았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4·19 혁명과 이승만 정권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독재'라는 서술을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 교과서는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은 '집권 연장'을 위해 노골적인 부정 선거를 자행하였다'고 기술했다.
반면 다른 7종은 모두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루면서 '독재'라고 썼다. 비상교육, 미래엔 등을 보면, 4·19 혁명을 다루면서 학생들과 시민들의 힘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두고도 '민간인 국정 개입 의혹'이라고 했다. 촛불집회나 촛불시위는 연표에만 언급됐다.
반면 다른 7종의 교과서는 모두 본문에서 2016년 촛불집회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퇴진 요구를 다뤘다. 타 출판사는 '측근에 의한 국정농단'(해냄에듀), '촛불의 힘'(천재교과서)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다른 교과서와 달리 분량이 비교적 적었다. 15줄, 한 문단 분량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적는 데 그쳤다.
반면 천재교과서는 본문 2쪽에 걸쳐서 5·18 민주화 운동을 다뤘고 사료와 역사탐구활동 등까지 합하면 4쪽에 달해 가장 많았다. 지학사가 1쪽 분량으로 다뤘고 나머지 교과서들은 2~3쪽 분량으로 다루고 있었다.
제주 4·3에 대한 서술 분량도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한국학력평가원은 제주 4·3을 '1948년 남조선노동당 제주도당의 주도로 일부 제주도민들이 합세하여 5·10 총선거에 반대하는 무장봉기가 일어났다'고 적었다. 이후 정부 진압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생겼다는 형태로 다소 짧은 분량으로 마무리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서술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한국학력평가원은 본문에서 '일제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젊은 여성들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며 한 문장을 적었다. 또한 참고자료와 관련 연습 문제를 뒀다.
반면 천재교과서, 미래엔, 동아출판 등은 본문에서 이를 다루며 '성노예'라는 표현을 포함시켰다.
미래엔은 '수많은 여성을 일본군 '위안부'로 끌고가 성 노예로 삼았으며'라고 적었다. 천재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여성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전선 등에 배치돼 성 노예 생활을 강요 받았다'는 방식이다.
한국학력평가원이 교과서 검정 심사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교과서 집필진 일부가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라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집필진이 강연이나 저서 등을 통해 보수적인 발언을 했고, 역사교사 출신인 교육부 청년보좌역이 초고를 작성해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곳곳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과도하게 부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친일 뉴라이트 기조가 검정 교과서에 반영될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역사학자·교사들로 검증단을 꾸려 해당 교과서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한 예로, 광복 이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으로는 ▲이승만 ▲김구 ▲여운형 ▲장제스 중화민국 총통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서기장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 ▲존 하지 미군정 사령관을 꼽았다.
이 전 대통령을 맨 처음 쓰고, '광복 후 독립촉성중앙협의회를 결성하고 신탁 통치 반대와 남한 단독 임시 정부 수립을 주장했다'는 등의 서술을 함께 실었다.
또한 이 교과서에는 '재미 한족 연합 위원회 소속의 이승만이 임시 정부의 승인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미국 의회에 제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실 검증단은 이를 두고 "이 위원회의 중심 인물은 이승만이 아니었다"며 "이승만은 쫓겨난 사람인데, (해당 교과서에서는) 유일하게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는 이 전 대통령의 행적을 불필요하게 부각시켰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교과서는 '친일파 처벌보다는 반공을 우선시하면서 반민 특위의 활동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와 같이 이 전 대통령의 과오를 다루고는 있다.
한편, 이번에 검정 심사를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 9종은 모두 '자유민주주의'라는 서술을 포함시켰다.
현 정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하는 과정에 문재인 정부가 수립했던 초안에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사용하도록 한국사 교육과정을 손질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보수 진영에서 선호하는 표현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에서 명시한 가치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든다. 반면 진보 진영은 이런 표현이 과거 독재 정권 시기 '반북'과 동일시됐던 만큼 과도한 강요라고 반대해 왔던 바 있다.
또 1948년 8월15일과 관련해서도 9종 모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썼다.
보수 진영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보다는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검정에서는 정부 수립으로 표현해 이른바 '건국절' 논란을 피했다.
또한 2023년 새 교육과정에서 빠져 '누락 의혹'이 불거진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은 주식회사리베르스쿨 발행본을 포함해 9종에 모두 반영됐다.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 사건도 명확히 서술했으나, 비상교육은 본문에 천안함 피격 사건을 넣지 않고 연표에만 기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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