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못 받는 병원 응급실…지역 의료 한계
[KBS 제주] [앵커]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은 아파도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할까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 지역 병원 응급실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보도에 고민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콩팥 기능이 떨어져,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80대 남성.
심장병도 앓고 있지만, 위급한 순간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까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보건/제주시 오라동 : "(심장 때문에) 눈 앞이 깜깜해질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겁이 나요. 한 1년 전에는 여기서 바로 (응급실 진료) 해줬어요. 지금은 안 해줘요."]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응급실 운영을 평소 60%로 줄였습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3명이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심해 지면서 응급실 운영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송성욱/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장 : "(의사는 줄었는데) 환자 수는 그렇게 줄어들지 않아서 예전보다 환자 대기 시간이 늘어나거나 처리하는 데 환자분들이 불편함이 있거나 이런 것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제주대병원 전공의 정원은 119명.
현재 20%도 채 되지 않는 18명만 근무하고 있습니다.
필수과목 내과와 소아청소년과에는 전공의가 1명에 불과합니다.
필수 과목인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에는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응급진료를 못 받는 과목도 있습니다.
제주대병원은 정형외과와 이비인후과, 안과에서 전공의가 이탈하면서, 응급실 환자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송성욱/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장 : "전공의들이 1차적으로 주치의 역할을 했는데, 주치의들이 사라지니까 교수님들이 외래도 보시고 주치의도 하시면서 또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그 응급실 배후 진료 역할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심장 질환을 보는 흉부외과는 전문의 2명만 근무하고 있어, 일주일에 2번은 진료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또, 전문의가 돼야 할 전공의가 없는 상황이어서 지역 의료 공백은 앞으로 더 문제입니다.
[이형민/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 "(전공의 이탈은) 최소 3년에서 4년의 문제가 되는 것이고, 제대로 전문의의 숫자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많아서, 장기간의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출구를 못 찾는 의료정책에 지역의료가 붕괴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박미나
고민주 기자 (thinking@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단독] 홍수로 자강도 초토화…“천여 명 사망, 산사태로 아비규환”
- [단독] 의대생 성추행 6년 만에 징계…“의사 되면 안 돼”
- 동해안 비·서쪽 폭염…주말에 더위 주춤
- 태풍에 착륙하던 비행기도 ‘회항’…일본 수도권까지 피해
- 도로에서, 마트에서, 축구장에서도…세계 곳곳서 땅꺼짐
- 장애여성 숨질 동안 “근무시간에 취침”…총체적 근무 태만
- “5초 만에 딥페이크 영상이”…회복하기 힘든 딥페이크 피해
- 코로나·마이코플라스마 쌍유행…‘멀티데믹’ 시대
- 다음 주부터 대출 한도 수천만 원 축소…실수요자 어쩌나
- ‘여군 최초’ 심해잠수사…“국민과 전우 생명 지키겠다” 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