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함께] 연인을 위한 퇴고 外
점령, 전쟁, 분열의 상처
‘단독살이’의 애환과 매력
한 캠퍼의 ‘인생 회복기’
「연인을 위한 퇴고」
최영건 지음 | 민음사 펴냄
3편의 이야기로 엮은 연작소설집이다. 각 작품은 다른 시절의 '나'들이 서로를 그리워하거나 서로의 뒤를 밟으며 '나'라는 미궁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나무였다가 괴물이었다가 늙은 여인이었다가 젊은 여인이었다가 소녀였다가 유령인 존재는 꿈속의 공간과 환상적 이야기의 배경 속에서 헤맨다. 그렇게 존재 간의 구분은 의미 없는 짓이 된다. 모든 목소리는 이야기라는 결정체로 수렴할 뿐이다. 이야기를 엮어 기억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다.
「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
베브 빈센트 지음 | 황금가지 펴냄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자 할리우드 영화 원작 소설을 가장 많이 쓴 작가로 기네스북에 오른 스티븐 킹이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그가 창조해낸 방대한 공포의 세계를 샅샅이 파헤치는 해설집이다. 가난한 대학생에서 가정을 지탱하려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교사로, 그리고 다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의 50년 과정을 연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주요작의 출판 비하인드, 특히 글감을 어떻게 얻는지를 상세히 다룬다.
「미래의 하양」
안현미 지음 | 걷는사람 펴냄
안현미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시인이 보는 새로운 미래는 '하양'이다. 이상하게도 삶이란 죽음과 비극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느끼면서도 안현미 시인의 시적 화자는 그에 묻히지 않으려 애쓴다. 그는 시를 쓰기 위해서 혹은 생을 견디기 위해 죽은 사람으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시인으로 되살아난다. 이런 화자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은 지금의 위치를 묻는 말이다. 어디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현실도 초현실도 아닌 곳을 뭐라 말해야 할까.
「안개 숲을 지날 때」
송미경 지음 | 장선환 그림 | 봄볕 펴냄
모든 어른이 동물로 변해버렸다. 엄마와 아빠는 없어지고 동생 '설이'는 늑대 부부에게 입양 간다. '나'는 혼자 인간으로 남아 동생 '설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기차에 탔다. 종착역에서 만난 사슴은 '나'를 데리고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의 눈동자를 만나게 해준다는 안개 숲으로 이끈다. 가장 그리운 만남의 끝에는 결국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모든 관계가 다 그러하듯이. 기이하면서도 환상적인 동화 속에는 성장의 은유가 숨어 있다.
「아카식」
해원 지음 | 텍스티 펴냄
SF미스터리 스릴러 「아카식」이 전자책으로 나왔다. 3년 전 선영은 교통사고를 당해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 선영의 '언니'는 빚을 져가며 선영을 간호했지만 서울에서 부산행 KTX를 타고 열차와 함께 사라진다. 유괴범으로 지목된 '언니'를 찾는 선영은 사건을 조사할수록 자신이 알던 '언니'가 거짓말로 이뤄진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해원 작가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해방자들」
고은지 지음 | 정한라 옮김 | 엘리 펴냄
드라마 '파친코' 작가 중 한 명인 고은지 작가의 첫 소설 「해방자들」이 국내 출간됐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아픔과 희망을 섬세하게 묘사한 「해방자들」은 2024년 뉴욕 공공 도서관이 주관하는 '젊은사자상'을 수상했다. 고은지 작가는 군부 독재로 고통받던 시대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한 가족의 역사를 통해 수십 년간 계속된 점령, 전쟁, 분열의 상처를 그려냈다. 역사가 남긴 상처에 작가가 말하는 치유는 사랑이다.
「그래도 단독주택」
김동률 지음|샘터사 펴냄
김동률 서강대 교수가 이번엔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강남의 아파트에 살다가 북한산 기슭 단독주택으로 옮겨 온 삶을 기록했다. 시골에서 자라 인근 대도시에서 중고교를 다니고 서울에 올라온 그는 결혼하면서 아파트에 터전을 마련했다. 하지만 '마당이 있는 집'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결국 중년의 나이에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단독살이'의 애환과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주말마다 나를 고쳐 씁니다」
박찬은 지음|얼론북 펴냄
지쳐버린 직장인은 어떻게 스스로를 다시 채울 수 있을까. 박찬은 작가는 일에 지쳐가면서도 "다른 일을 또 해야 하는데"하며 불안해하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캠핑을 만난 후 스스로를 고쳐 쓰기 시작했다. 도움만 주고 사라지는 홍 반장들, 믿어지지 않는 빌런(악당)들, 인정 많은 주민들로 항상 북적이는 전 세계 캠핑장 23곳이 무대다. 이 책은 캠핑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된 한 캠퍼의 '인생 회복기'다.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무라야마 유카 지음|놀 펴냄
일본의 3대 여성 작가로 손꼽히는 무라야마 유카의 소설이 재출간됐다. 성 정체성의 문제로 혼란을 겪는 후지사와 에리, 그리고 깊은 병세로 존엄사를 희망하는 아버지를 둔 야마모토 미쓰히데, 두 주인공의 방황과 성장을 담아낸 작품이다. 모든 면에서 미숙한 두 청춘은 서로를 견디고 부딪히다 각자의 모서리가 닳아가며 어른이 돼간다. 운명을 개척하고 서슴없이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을 통해 생의 근본을 치열하게 탐구하는 책이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문학플랫폼 뉴스페이퍼 대표
lm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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