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격발 전 무릎 강직’ 이윤리, 다짐대로 이름 석 자로 대한민국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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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리(49·완도군청)는 경기 전 루틴이 있다.
이윤리는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작은 사람에 불과한 이윤리가 대한민국에 큰 희망과 기쁨을 전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금메달이면 더 좋겠지만(웃음) 내심 '은메달이어도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은메달을 땄다. 행복하고,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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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리(49·완도군청)는 경기 전 루틴이 있다. 자신의 감정을 글로 쓰는 것. “구체적으로 경기에 대한 스스로의 응원과 성취감 등을 메모처럼 적는다.”
30일(한국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경기에 나서기 전에도 똑같이 했다. ‘방아쇠, 호흡,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윤리 화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대한민국은 내가 빛내리라. 내 이름 석 자로~.’ 전날(29일) 잠이 안 와서 이 글을 몇 번이고 읽었다는 이윤리다.
그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을까. 이번이 다섯 번째 패럴림픽 출전인 이윤리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결선에서 246.8점을 쏴 은메달을 따냈다. 마지막 한 발을 앞두고 아바니 레카라(인도)를 0.8점 차로 앞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듯했으나 마지막 24번째 발에서 10.9점 만점에 6.8점을 쏘면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금메달), 2016년 리우 대회(동메달)에 이어 자신의 3번째 패럴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패럴림픽 메달은 이제 금, 은, 동으로 꽉 채워졌다.
이윤리는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작은 사람에 불과한 이윤리가 대한민국에 큰 희망과 기쁨을 전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금메달이면 더 좋겠지만(웃음) 내심 ‘은메달이어도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은메달을 땄다. 행복하고, 좋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을 쏘기 전 관중석에서 손뼉 치는 소리가 난 데에 대해서는 “그것 떄문에 내가 놀라진 않는다. 난 응원해주니 엄청 좋았다”며 “평소 ‘즐겨야 한다'고 생각은 해봤지만, 실제로 즐겨 보니 긴장도 덜 되고 정말 좋더라”고 했다.
그래도 마지막 발 실수는 자못 아쉽다. 이윤리는 “오른 무릎 위쪽에 강직이 왔다. 도쿄(패럴림픽)에서도 강직 때문에 0점을 쏴 메달을 못 딴 적이 있다”면서 “강직이 오면 과녁을 겨누던 팔도 크게 들린다. 오늘은 강직이 없다가 하필 마지막에 왔다. 그래도 좋다”며 웃었다.
이윤리는 “‘땅땅’ 소리가 무섭기보다는 통쾌하고 기분이 좋아서” 사격을 시작했다. 사격은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뿐 아니라 그의 장애로 가슴 아픈 삶을 살아온 부모님에게 웃음을 되찾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이윤리는 “패럴림픽에 다섯 번 출전하면서 느낀 게 많다. 오랜 시간 선수생활을 하며 후배들을 위한 여건이 더 좋아지면 좋겠다”면서 “전라남도에 실업팀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 그래야 사격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윤리의 파리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종목인 50m 공기소총 3자세(9월3일)가 남아 있다. 이윤리는 “금메달을 따서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파리/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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