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실려온 환자 5명, 운좋아 살았다" 응급실 의사가 전한 '현장'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화여대목동병원의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증환자 5명을 동시에 홀로 책임진 응급실 상황을 전하며 “그분들은 운이 좋아서 살아난 거다”라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권역센터는 지금 서울에서 가장 중증환자를 받는 곳이다. 그래서 적어도 의사가 2, 3명 정도 동시에 근무해야 제대로 된 진료가 이뤄지는데 지금은 저 혼자다. 올해 2월부터 계속 혼자 당직을 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어제 있었던 일인데, 저 혼자 당직 서고 있는데 심정지 환자 둘이랑 뇌출혈 환자 하나, 뇌경색 환자 하나랑 심근경색 의증 환자가 한 명 왔다. 모조리 1시간 내로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원칙대로라면 이 5명을 적어도 (의사) 둘이나 셋 정도가 나눠서 봐줘야 된다”며 “그런데 (그 환자들이) 다 살아나긴 했다. 운이 좋아서다. 돌아가셨어도 사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제가 어떤 환자를 보고 있으면 다른 환자는 못 보니까”라고 덧붙였다.
남궁 교수는 “아주 위험한 의료행위를 지금 하고 있다”며 재차 “그분들은 운이 좋아서 살아난 거다”라고 했다.
‘어제만 그런 일이 있었나? 아니면 최근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건가?’라는 질문엔 “원래 권역센터는 그렇게 (환자들이) 오는 데다. 사람들은 시간을 정해서 다치거나 죽지 않으니까”라며 “그럴 때를 대비해서 의사 5명이 있어야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 “제가 어제 13시간 반 동안 당직을 섰는데 그렇게 열심히 혼자 뛰었어도 애초에 받은 환자보다 못 받은 환자다 더 많다”며 “충청도, 강원도에서도 연락이 온다. 환자들 이동거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는지 딱 2시간만 와서 보면 엄청나게 문제 있고 사람들이 대단히 많은 불편을 겪고 있고 실제로 아주 위험한 의료행위를 어떻게든 이 사람들이 버티고 있구나 알 수 있을 거다”라고 말하며 한숨 쉬었다.
남궁 교수는 “(의정 갈등 상황이) 너무 강대 강이라 전공의 복귀는 전혀 가망이 없다”며 “저희 같은 필수의료라든지 중증센터가 있는 곳에 의사가 유입될 수 없다. 이 위험한 의료행위를 버티는 걸 보고 ‘나도 저기 가서 일해야 되겠다’라고 생각할 의료진 자체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전공의들이 어떻게 해서든 돌아와야 미래라든지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궁 교수가 일하는 이대목동병원은 내달부터 매주 48시간 응급실 문을 닫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서울 대형병원 가운데 처음이며,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로는 충북대병원에 이어 두 번째다.
남궁 교수는 “저희 당직표에 들어가는 교수가 7명이다. 2명이 해야 하는 근무를 혼자 하고. 365일 24시간을 7명이 밤낮을 갈아서 의료행위를 해야 하는데 당직표가 안 나온다. 더 이상 이렇게 당직을 설 수가 없을 정도로 안 나온다. 그래서 하루 이틀 정도는 비워야지 그나마 저희가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이걸 더 갈 거냐 말 거냐 결정하고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오는 추석연휴 기간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 인상하는 등의 정부 대책과 관련해선 “추석 땐 무조건 150% 정도의 환자가 더 오는데 혼자서 막아내도록 지금 협의가 되고 있다. 그런데 진찰료를 조금 더 낸다 그러면 우리가 더 받으니까 기쁘다, 추석 때 열심히 일해야지 이럴까? 지금 번아웃이 다 왔는데 이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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