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상향 시급한데…‘2035년 목표’는 희망적일까
환경부, “2030년 계획 수정 없다”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판결은 정부의 부실한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추상적인 선언을 넘어, 이번 결정으로 구체적으로 바뀌게 될 것은 과연 무엇일까?
헌재가 직접적으로 바꾸라고 요구한 대상은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감축”하라고 규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 단 하나다. ‘중간 목표’인 2030년까지의 감축량만 제시해선 안 되고, 탄소중립(배출량 0)에 이를 2050년 이전 2031~2049년 감축 목표를 정량적으로 제시하라는 취지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시행령에서 40%로 규정)를 바꿔야 한다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아 일각에선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2050년까지 정량적 목표 아래 중장기 이행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기후 정책의 전반적인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참가한 나라들은 5년 단위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장기적인 목표가 없어서 미래로 부담을 떠넘기고 그때마다 보수적인 목표를 잡게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50년까지 목표치를 세워둔 상태에서 이를 거꾸로 배분하는 방식이 되면 감축량을 미루기 어려워진다. 독일의 경우 기후소송 뒤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배출량 88% 감축, 2045년 탄소중립 달성, 2050년 탄소 마이너스 진입 등 장기 목표를 세웠고, 5년 단위의 세부 목표로 그 경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내년 발표할 2035년까지의 감축 목표가 여태 논의해오던 수준보다 커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를 2050년 목표와 함께 제시할지, 아니면 따로 제시할지도 관건이다. 30일 환경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2050년 감축 목표를 2035년 계획을 유엔에 제출하면서 같이 법에 명시할지, (헌재가 법 개정 기한으로 정한) 내후년에 따로 할지 아직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40% 감축’ 목표를 그대로 둘 경우, 그 뒤 20년 동안나머지 60%를 줄여야 한다.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 뒤 남는 배출량이 4억3660만톤이니, 2031년부터 5년 단위로 1억1천만톤씩 줄이는 계획을 짜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2023~2027년 5년 동안 감축하겠다고 한 목표치가 500만톤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대대적인 구조 개편으로 초기에 배출량을 급격히 줄여두는 것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따라서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상향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 이병주 변호사는 “2030년 배출 목표치부터 최소 50%로 끌어올리고, 이후 5년 단위의 계획을 과학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한겨레에 “2030년까지 목표치를 따로 수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2030년 감축 목표는 헌재의 결정 대상이 아니었다. 부문별·연도별 이행 계획 등을 고려하면서 2035년 계획을 짤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기존보다 강화될지도 관심사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후 정책들이 여기에 담기기 때문이다. 정족수 미달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헌재 재판관 5명이 이 계획에 담긴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다고 봤다.
네덜란드는 세계 첫 기후소송 승소 판결 뒤 신규 석탄발전소를 포함한 전체 화력발전 시설을 2030년까지 조기 폐쇄하는 법과 가스 연소 난방을 중단하고 태양광 보조금을 확대하는 법을 만들었다. 내연기관차 판매도 2030년까지로 제한하며 ‘정책 시계’를 앞당겼다. 우리나라에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상 에너지 분야 탄소배출량은 2억2300만톤, 수송 분야는 9300만톤으로 합쳐서 전체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석탄발전소의 경우 설계수명(30년) 뒤 사라지게 한다는 계획만 있고, 내연기관차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당선 뒤엔 ‘무공해차 확대’ 정도로 흐지부지됐다.
옥기원 ok@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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