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미친 르세라핌, 독기 빼도 정체성 뚜렷[TEN스타필드]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르세라핌/ 사진 제공=쏘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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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는 빠졌지만 정체성은 그대로다. 그룹 르세라핌이 신곡 'CRAZY'로 6개월 만에 돌아왔다. 그간의 논란을 정면돌파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르세라핌은 30일 오후 1시 미니 4집 'CRAZY'(크레이지)로 컴백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CRAZY'는 나를 미치게 하는 대상을 만난 순간의 짜릿함을 표현한 곡이다. 르세라핌이 처음 선보이는 EDM 기반의 하우스(House) 장르로, 후렴구가 특히 중독성을 유발한다. 반복되는 'Crazy', 'Da da da da' 등 가사가 귀에 박힌다. '피카츄 백만 볼트 전기', '암 언 오타쿠 베스티' 등의 독특한 가사도 곡의 색깔을 강화한다.

쏘스뮤직은 안전하면서도 전략적인 길을 택했다. 독기 콘셉트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둔 것. 그간 르세라핌 하면 곧 독기였다. 이 콘셉트로 인해 더 질타받았던 측면도 있다. 실력 논란에 휩싸였던 르세라핌이 다시 한번 독기 콘셉트로 돌아올지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시점에 또 독기 콘셉트로 나왔다면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어려웠을 전망이다.

사진=르세라핌 'CRAZY' MV 갈무리

독기를 뺐지만 여전히 르세라핌만의 색깔이 묻어나온다. 이번 앨범으로 르세라핌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모습도 보여줬다. 타이틀곡은 힙하고 강렬하면서 난해하기까지 하다. 보깅 장르를 접목한 안무도 독특한 느낌을 더한다. 코어 힘이 중요한 보깅 댄스 부분을 챌린지 파트로 정했다. '챌린지'라는 이름에 걸맞는 춤으로 숏폼 콘텐츠 참여를 유도했다. 여기에 힙합 스타일의 'Pierrot'(삐에로)부터 감성적인 보컬이 두드러지는 '미치지 못하는 이유'까지 다양한 장르의 수록곡으로 다채로움을 더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힘을 줬다.

이들이 음악 방송 등에서 주로 선보일 타이틀곡 'CRAZY'는 가창력을 요하는 곡은 아니다. 역동적이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르세라핌이 부르기에 무리가 없는 음역대와 멜로디로 구성됐다. 이 곡은 랩이 주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보컬 파트를 주로 맡아온 김채원은 도입부 랩을 소화하며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르세라핌은 컴백을 앞두고 논란을 정면돌파했다. 코첼라 가창력 논란부터 멤버 홍은채의 '학생 조롱' 논란까지 전부 인정하고 고개 숙인 것. 지난 29일 열린 컴백 쇼케이스에서 리더 김채원은 그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지난 4월 코첼라 무대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코첼라 무대에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팀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깨달았다"며 "데뷔하고 나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무대에 섰는데 큰 야외 페스티벌은 처음이라 많이 흥분하고 페이스 조절을 못 한 거 같다"고 털어놨다.

르세라핌/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김채원은 "더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리의 평생 과제이지 않을까 싶다"며 "멤버들끼리도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자고 이야기를 했다. 이 앨범이 그 첫 단계인 거 같다"고 말했다.

등 돌렸던 대중은 논란을 정면돌파하는 르세라핌의 모습에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범법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인정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약속한 만큼 더 이상 질타하는 건 과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르세라핌이 음악 활동을 이어오며 써 내려 온 서사가 있는 만큼, 당장은 독기를 내려놓더라도 언제든 다시 독기 충만한 르세라핌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간 독기 서사는 콘셉트에 불과했다. 대중의 공감을 사지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컴백으로 성장을 증명한다면, 독기 서사를 단순 콘셉트가 아닌 진짜 자신들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