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종결, 의료 새판 짜기 돌입… '빅5' 중증진료 70%로 높인다

김표향 2024. 8. 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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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발표
전공의 수련 투자에 3,000억
거점 국립대병원에 2,000억
중증 수술•마취 등 보상 강화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을 통해 '의대 증원 종결'을 선언한 데 이어 정부가 본격적으로 의료시스템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앞으로 5대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은 중증환자 진료 비중을 70%로 높여야 하는 대신 위험도에 비해 보상이 낮았던 필수의료행위 3,000여 개에 대해 2027년까지 원가를 100% 보장받게 된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의료인력 수급 체계가 만들어지고, 전공의 수련에 매년 국가 예산 3,000억 원이 투입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회의를 열어 지난 4개월간 전문가 100여 명이 논의한 결과물인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2월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에 담긴 ①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②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③중증·필수의료 수가 개선 ④의료사고 안전망 확충 등 4대 핵심 과제를 구체화한 세부 로드맵이다. 의개특위는 올 12월 비급여 관리, 실손보험 개혁에 관한 2차 실행방안, 내년에는 미용 시장 관리 등을 다룬 3차 실행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의료인력 추계 체계 구축… 전공의 수련 투자 90배↑

1차 실행방안에 따라 정부는 연내에 의학, 보건학, 인구학, 통계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 전문위원회와 직종별 자문위원회를 꾸리고, 내년에는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를 설치한다. 전문위가 추계 모형과 변수를 도출하면 추계센터가 실제 추계 작업을 맡는 구조다. 장기적으로 미국 보건의료자원서비스청 같은 인력정책 전문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가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면 2026년 의대 정원 규모도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은 국가가 책임진다. 수련 수당 외 수련 지원 예산만 올해 35억 원에서 내년 3,190억 원으로 90배 늘린다. 연속 수련시간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주당 수련시간은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단축하고,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매년 수련수당 1,200만 원을 지급한다. 또한 지도전문의에게도 연간 수련수당 8,000만 원을 지원해 전공의 밀착 지도를 유도한다. 전공의가 암수술 같은 중증 진료뿐 아니라 탈장, 충수, 담낭 수술처럼 중소병원에서 주로 다루는 질환과 지역의료, 공공의료 등을 두루 경험하도록 여러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다기관 협력 수련 제도'도 내년 시범사업을 통해 첫발을 뗀다.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그래픽=신동준 기자

중증 환자는 대학병원, 경증 환자는 동네병원으로

다음 달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도 본격화한다. 대학병원은 본연의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비중증·경증 환자는 병의원으로 분산해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목표를 뒀다. 시범사업 참여 병원은 3년 안에 중증환자 비중을 70%로 상향하거나 현재 비중보다 50% 이상 높이고 일반 병상은 5~15% 줄여야 한다. 경증 환자가 전원 의뢰서 없이 상급병원을 이용할 경우에는 외래진료비(현행 60%)를 100% 부담하게 된다. 진료 업무는 수련생인 전공의 대신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역의료 재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에 매년 2,000억 원을 들여 시설과 장비를 첨단화한다. 인건비 총액 규제도 없애 2027년까지 교수 정원을 1,000명 충원한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지역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계약형 필수의사제도 도입하는데, 내년에 4개 지역, 8개 필수의료 과목, 전문의 96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다. 지역근무 수당은 월 400만 원이다.

3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사람 살리는 수술·마취에 더 많은 보상을

필수의료 기피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합리한 수가 체계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우선 소요 자원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낮은 수술과 마취 수가를 원가에 맞게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연간 5,000억 원을 투입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뇌암, 두경부암, 췌장암 같은 중증수술 800개를 인상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누적 1,000여 개, 2027년에는 누적 3,000여 개까지 확대한다. 나아가 왜곡된 수가 책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논의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현행 행위별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난이도와 위험도, 숙련도, 응급진료 대기, 지역 등 4대 요소는 공공정책수가에 반영해 보상한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24시간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이 신설될 예정이다.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 및 혼합 진료 규제, 미용 의료 이외 미용 서비스 자격 개방, 실손보험 개혁도 추진한다.


환자는 충분히 보상받고, 의사는 소신 진료

의료사고로부터 환자와 의사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도 구축한다. 정부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의료사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유감 표명이 수사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제도화하고, 의료분쟁 조정 과정에서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도울 '환자 대변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의료사고배상 책임‧종합보험을 활성화해 환자는 충분히 보상받고 의사는 고액 배상 위험을 덜어 소신 진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위험도가 높은 필수의료과 전공의와 전문의에게는 보험료 30%를 국가가 지원하고, 불가항력적 분만 의료사고 보상 한도는 3,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린다. 최선을 다한 진료에도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형사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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