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소방도 지쳤다"…'최후의 보루' 권역외상센터마저 한계치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히 작동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말에 반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응급실 의사는 "대통령이 응급실을 한 번만 체험해 보면 알 거"라고 했고, 구급대원들은 "응급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했습니다. 저희가 취재해 보니 생사의 기로에 있는 중증외상환자를 받아줘야 하는 권역외상센터에서까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탄식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첫 소식,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이달 초, 경기 북부 권역외상센터인 의정부성모병원에, 겨드랑이에 철근이 박힌 환자가 실려 왔습니다.
강원도의 한 공사 현장에서 다친 겁니다.
하지만 강원도에서도, 서울에서도, 이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습니다.
울산의 한 건물에서 떨어져 골반이 부서진 환자도 주변을 돌다 이 병원에서 겨우 수술을 받았습니다.
[조항주/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 : 소방도 이제 목소리가 지친 게 보이거든요. 저한테 전화하기 전에 몇 군데 전화하셨어요? 그러면 열 군데, 스무 군데 정도. 아무리 멀더라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환자를 보내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저희 경기 북부까지 온 거예요.]
전국에 17곳 있는 권역외상센터는 생과 사의 기로에 있는 중증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목숨을 살리기 위해선 여러 진료 과목의 전공의와 전문의가 필요한데,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이곳도 점점 한계에 부딪히는 겁니다.
[조항주/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 : 옛날에는 그냥 당연히 이건 정형외과, 이건 흉부외과 같이 와서 보면 되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협진도 힘듭니다. 골든타임(최적 시간)을 놓쳐서 또 안타깝게 사망하거나 아니면 장애가 남는 일도 분명히 생길 것 같긴 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지역의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일부 응급의료센터들도 셧다운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9월부터 성인 응급 환자를 야간에 보지 않기로 했고, 이대목동병원과 아주대병원은 주 1~2회 휴진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권역외상과 권역응급 두 개의 큰 축이 모두 흔들리는 겁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의료현장에선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남궁인/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어제만 해도 심정지 환자 둘이랑 뇌출혈 환자 하나, 뇌경색 환자 하나, 그다음에 심근경색 의증 환자 하나가 1시간 이내에 동시에 다 왔어요. 한 번만 그냥 체험해 보시면, 야 이거 못할 일이구나. 이거 되게 위험한 행위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영상디자인 이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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