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딥페이크'에도…"성 착취 없었다"는 法[박지환의 뉴스톡]
"실제 성착취 행위는 없어", "피고인 어린 나이" 고려
가해자 엄벌 촉구하는 사회 분위기와 간극 커
당정, 허위 영상물 유포 형량 최대 7년으로 강화 추진
경찰, '지인능욕방 개설' 20대 남성 구속 송치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패널 : 양형욱 기자
[앵커]
지인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해 유포하는 이른바 '딥페이크 성범죄'의 확산으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죠. 피해자들은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까지 나서서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CBS가 과거 딥페이크 가해자 관련 판결문들을 살펴본 결과 법원의 판단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는 다소 동떨어진 대목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취재하고 있는 사회부 사건팀의 양형욱 기자에게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양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양 기자,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불법 합성물뿐 아니라 피해자의 이름,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함께 유출되기도 하잖아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피해자가 겪는 피해와 고통이 상당할 텐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도는 그에 비해 미약하다는 게 양 기자 분석이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CBS 사건팀에서 전국 지방법원 판결문 일부를 살펴본 결과 법원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제주지방법원의 2년 전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안모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안씨는 2020년 7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 음란물 공유방을 운영하고, 미성년자인 여성 연예인의 사진을 합성해 아동 청소년성착취물 100개를 제작, 배포한 혐의를 받습니다.
아청법 위반 사건이었던 만큼 양형기준 따른 권고형의 하한선은 징역 7년이었는데요. 이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형량이 선고된 겁니다.
[앵커]
재판부의 선고 이유는 뭔가요?
[기자]
재판부는 안씨가 제작한 불법 합성물은 아동, 청소년을 직접 촬영해 제작한 성 착취물이 아니고, 제작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실제 성 착취 행위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촬영물이든, 불법 합성물이든 피해자가 느끼는 성적 수치심이 상당하고 온라인 유포시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피해를 보는데요.
그렇기에 딥페이크 성착취물이라는 말도 나오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상황인데 재판부는 조금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법조계에서조차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이라도 실제 성 착취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성범죄 피해자를 대리하는 신진희 변호사 말씀 들어보시죠.
[인서트] 신진희 변호사
"지금 법정형이라든지 선고형 자체는 피해자의 피해 정도에 비해서 너무나도 처벌 수준이 정도가 낮습니다. 적어도 불법 촬영물에 준해서 처벌해야 합니다"
[앵커]
양 기자가 말했듯 불법 촬영물이든 불법 합성물이든 피해자는 똑같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되잖아요. 기술도 발전해서 딥페이크 합성물이 실제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도 많은데, 법원이 이 범죄의 심각성을 조금 안일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나오는 거군요.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까?
[기자]
네,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 적극적으로 고려된 판결 사례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전주지방법원 판결문을 보면 여성 지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합성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는 작년 2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성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나이였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수원지방법원에선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하며 불법 합성물을 총 52차례 판매해 75만 원이 넘는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 가해자에 대해 권고형 하한인 징역 1년이 선고되기도 했는데요.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재판부의 판단은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어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불법 합성물 처벌 형량 강화하라! (강화하라! 강화하라! 강화하라!) 피해자 회복 지원책 마련하라"
[앵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 기류 때문인지 사안이 공론화된 후에도 딥페이크 대화방이 여전히 활개를 친다면서요?
[기자]
네, 저희 취재진은 그동안 여러 딥페이크 텔레그램 대화방에 잠입했습니다. 경찰청은 지난 28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7개월 동안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해 집중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는데요.
근데 어제까지도 텔레그램 방에서 가해자들은 서로 시시덕거리면서 경찰 수사조차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깁니다.
[앵커]
딥페이크 가해자들이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강경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까지 딥페이크 가해자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잖아요?
[기자]
네, 국민의힘과 정부는 어제 국회에서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현행 최대 징역 5년인 허위 영상물 유포 형량을 최대 징역 7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 텔레그램의 불법 정보를 자율 규제하도록 정부와 텔레그램 간 핫라인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국회에서도 서둘러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습니다. 법률안 대부분은 불법 합성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입니다.
딥페이크 범죄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경찰은 오늘 텔레그램에 '지인능욕방'을 개설해 불법 합성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성인사이트를 운영하며 허위 영상물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다수 유포한 혐의로 30대 남성 B씨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서울경찰청은 딥페이크 집중 대응 TF를 꾸리고 시민단체, 해외 수사기관 등 관게기관과 적극 협조해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을 계속 추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형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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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양형욱 기자 yangs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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