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산’에 일본 인명 피해 100명 넘겨…“경험한 적 없는 역대급 폭풍”
일본 규슈를 강타한 뒤 시코쿠를 지나가고 있는 제10호 태풍 ‘산산’에 따른 사망·실종자가 7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100명 이상이다.
이번 태풍은 강도가 센 가운데 이동 속도는 극히 느린 탓에 피해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 산산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시코쿠 북서부 에히메현 마쓰야마시 서쪽 40㎞ 지점에서 동북 방향을 향해 시간당 약 15㎞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공영방송 NHK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때까지 태풍 산산으로 인한 사망자는 6명, 실종자는 1명이며 부상자는 110명이다.
군마현에서는 유적발굴 현장에서 일하던 20대 인부가 무너져 내린 흙에 묻혔다가 구조됐고 도쿠시마현에서는 부서진 주택에 깔려 80대 남성이 사망했다.
현재 태풍 중심기압은 994hPa이며 태풍 중심 부근에서 최대 풍속 초속 20m, 최대 순간풍속 초속 30m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태풍 초기보다는 약해진 수치다. 태풍의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54m를 넘으면 ‘초강력 태풍’으로 분류하는데, 산산은 상륙 전 한때 중심부 풍속이 초속 70m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 세력은 약화됐지만 향후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규슈, 시코쿠는 물론 태풍 본체로부터 멀리 떨어진 도쿄, 가나가와 등 간토 지방에도 기록적 폭우가 내려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기상청은 토사가 쏟아지거나 지대가 낮은 땅이 침수되고 강의 범람이 이어질 수 있다며 엄중 경계를 촉구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일본 내 생산을 거의 중단했다.
산산은 일본 내에서 ‘역대급’ 태풍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난 28일 아이치현에서는 태풍이 상륙도 하기 전에 벌어진 산사태로 일가족이 매몰돼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상청은 “여태껏 경험한 적 없는 폭풍과 높은 파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산사태가 나면서 터널을 막고, 주차장과 도로에 세워져 있던 차량 수십 대가 빗물에 잠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전날엔 후쿠오카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여객기 기체가 강풍에 흔들리다 고도를 높여 회항하는 일도 있었다. 가고시마현, 미야자키현, 구마모토현에서는 전날 주민 225만명을 상대로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교통도 마비돼, 도쿄역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정차 중인 신칸센 열차를 일부 승객에게 개방해 ‘임시 숙소’처럼 쓰도록 했다.
태풍 산산은 진행 속도가 느려 NHK 등은 오는 2일까지도 폭우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에 동반된 이상 기상 현상도 우려 대상이다. 미야자키현에서는 토네이도로 추정되는 돌풍 피해가 발생해, 기상청은 견고한 건물 내에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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