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 50년 묵은 규제…고무줄 과세 속출

시대 뒤떨어진 주택분류
낡아도 넓다고 … 86년된 북촌 가옥 취득세 7.5억원
100억 넘는 청담동 아파트 0.04㎡ 차이로 중과 피해

◆ 고급주택 논란 ◆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 PH129는 시세가 100억원이 넘어도 '고급주택'이 아니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273.96㎡로 취득세가 중과되는 고급주택 규정(복층 전용 274㎡)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1938년 개화기 때 지어진 서울 종로구 북촌마을 가옥은 '면적'을 비롯한 고급주택 기준을 적용받아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취득세 폭탄을 맞았다.

30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세심판원의 엇갈린 고급주택 결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북촌마을에 있는 국가유산 '이준구 가옥' 소유자 이 모씨가 종로구에서 부과한 취득세 중과세를 취소해달라는 심판 청구를 했는데, 올해 6월 조세심판원은 취득세 부과가 정당하다며 청구인 주장을 기각했다.

반면 공시가 1위 청담동 아파트 PH129는 고급주택 기준보다 0.04㎡ 살짝 작게 지어 취득세 중과를 피해갔다.

강남구청은 내부 테라스를 전용면적에 포함해 고급주택으로 과세했지만, 조세심판원은 고급주택 형식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강남구청이 부과한 취득세 약 230억원을 취소하라고 지난달 판결했다.

이에 전용 245㎡(복층 전용 274㎡)를 넘거나 엘리베이터 또는 수영장이 있으면 사치성 재산으로 보고 취득세를 중과하는 고급주택 규제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970년대 사회의 사치 풍조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했는데, 조세 불형평성과 행정비용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규제 도입 때보다 대한민국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0배 이상 커졌고 국민의 주거 눈높이도 올라갔지만 아직도 50년 전 법 기준에 묶여 창의적인 주거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1938년에 지어진 이준구 가옥은 2020년 아들이 취득했는데, 지자체(종로구청)는 고급주택이므로 기존 취득세(1억9000만원) 외에 5억6300만원을 더 내라고 통지했다. 건축물 연면적이 331㎡를 초과하는 등 고급주택이 맞다고 본 것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글로벌 도시 경쟁을 하려면 서울에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급이 거주하고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도 활용할 만한 고급주택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구시대적인 고급주택 규제로는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