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밸리’ 백지화에 거리로 나온 시민들…8년 꿈 물거품에 들끓는 ‘민심’

조영달 기자 2024. 8. 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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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라이브시티’ 경기도 협약 해제 발표
시민들 “일방적 계약 해지 납득 안 돼”
‘원안 재개 촉구’ 차량 집회…서명운동도
국민청원 4만5000명 참여…동의율 90% 넘어
이달 8일 경기도청 앞에서 ‘CJ라이브시티 사업 백지화 반대 및 원안 재개’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들.

이달 24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인근. ‘K-컬처밸리(CJ라이브시티) 사업 백지화 반대 및 원안 재개’를 요구하는 차량 80여 대의 시위 행렬이 이어졌다. ‘공영개발 결사반대’ 등의 현수막을 단 차량은 비상등을 켠 채 시속 30㎞ 정도로 천천히 줄지어 이동했다. 차량 행진은 경찰 통제 아래 1시간가량 10㎞ 정도 계속되다 스스로 해산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단체는 회원 1만2000여 명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산연합회’. 지난달 20일부터 ‘K-컬처밸리백지화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차량 시위와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다. 매주 토요일 시위를 하는 데 이날이 6번째 집회였다. 거리에 K-컬처밸리 원안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달 8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도 시민 120여 명이 모여 K-컬처밸리 사업 원안 재개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팀 구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1시간 넘게 ‘공영개발 결사반대’ 구호를 외치며 경기도를 규탄했다.

강태우 일산연합회 상임대표는 “K-컬처밸리는 고양시가 베드타운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자족도시 기반을 형성할 시민들의 숙원사업”이라며 “공영개발을 한다면 행정절차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나 다름없는데, 이는 10년 가까이 기다려왔던 꿈이 하루아침에애 물거품이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나 사업자인 CJ라이브시티, 정치권 모두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고양시 거리에 걸린 ‘CJ라이브시티 사업 백지화 반대 및 원안 재개’를 요구하는 현수막

지지부진하던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이 8년 만에 백지화되면서 원안 재개를 요구하는 고양시민과 지역 정치권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다. 사업 협약 해제에 대한 경기도의 사과와 함께 고양시와 시민들이 입을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1일 기자회견을 통해 협약 해제를 발표하면서 K-컬처밸리 사업을 ‘공영개발’로 추진하겠다고 달랬지만, 좀처럼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두 달이 다 되도록 구체적인 계획이나 시기가 나오지 않았고, 이미 지어진 시설의 철거 여부와 사업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와의 법적 분쟁 가능성 등도 얽혀 있어 공영개발이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달 5일 시작된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https://petitions.assembly.go.kr)에는 경기도의 국정감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30일 현재 4만50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청원 기간이 종료되는 다음 달 4일까지 5만 명이 동의하면 국민 소관위원회에 정식 접수된다. 소관위에 회부된 청원은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타당성이 인정되면 본회의에 부쳐진다.

곽미숙 경기도의원이 이달 8일 경기도청 앞에서 진행된 시위에서 ‘CJ라이브시티 원안 재개’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청원인은 “경기도가 밝힌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의지 부족이라는 계약 해지 사유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고양시민이 얻게 되는 경제적 기대이익 손실과 기회비용 상실에 대한 배임 여부 등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를 명백히 밝혀달라”고 했다.

지난달 경기도청원 홈페이지에도 협약 해지와 관련된 상세한 소명과 공영개발 타임라인 제시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열흘 만에 도지사 답변 기준인 서명 1만 명을 넘겼다.

곽미숙 경기도의원(국민의힘·고양 6)은 “처음부터 민간 기업이 하기로 한 사업인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이제 와서 공공이 나서는 것은 나중에 정치권의 정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기도는 관리 감독에 대한 책임만 지고 민간이 추진해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경기도가 빠른 시간 안에 실질적인 안을 내놓지 않으면 시민들의 반발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CJ라이브시티 현장.

K-컬처밸리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부지 32만6400㎡에 1조8000억 원을 들여 K-팝 전문 아레나와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축구장(7130㎡) 46개와 맞먹는 크기다.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2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과 10년간 약 30조 원의 경제파급효과, 20만 명의 고용유발효과가 기대됐다.

원래는 2016년 8월 숙박 용지에 공연장을 착공해 올해 6월 준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공사 중단과 착공을 반복했다. “추가적인 개발 사업 진행 없이 4차례에 걸쳐 사업 계획 변경만 진행했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2021년 11월 아레나 공사를 시작했지만, 시공사와 계약 방식 변경 협상을 사유로 지난해 4월부터 공사가 또 멈췄다. 사업자인 CJ라이브시티는 이후 사업 기간 연장을 위해 경기도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지체보상금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CJ라이브시티 위치도

올해 3월 협상을 완료해 공사 재개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이 발목을 잡았다. 사실상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셈이다. 현재 전체 공정율은 3%,, CJ아레나는 17% 수준이다.

결국 경기도는 지난달 K-컬처밸리 사업자인 CJ라이브시티와 2016년 맺은 협약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 측의 의지 부족으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서 도민에게 불이익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CJ라이브시티 측은 협약 해제 재고 요청 의견을 경기도에 냈지만 경기도는 하루 만에 불수용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기도는 이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공영개발 방식으로 K-콘텐츠 복합문화단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등 외국투자기업과 민간 콘텐츠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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