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도의 이해] 회복될 수 없는 것

2024. 8. 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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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스스로 가면을 쓴 자신을 내가 아니라고 여기면서 자아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신공격이나 성추행성 내용이 담긴 메일을 받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쉽게 실제의 나를 분리할 수 있었던 건 닉네임 아래의 실제 내가 누군지 남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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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스스로 가면을 쓴 자신을 내가 아니라고 여기면서 자아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종종 온라인에서 비난받을 때, 욕을 먹고 있는 자신을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린다. 온라인 속 나를 현실과 유리하는 셈이다. 정체성이 부정당하거나 모욕당하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최근 동료가 한 기사를 공유했다. 요즘 크게 문제가 된 딥페이크 범죄 기사였다. 범죄자들이 보도에 나선 기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기자의 얼굴로 딥페이크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동료는 두렵다고 했다. 나와 조금 멀게 느껴졌던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됐다. 무서웠다. 사실 여성 기자들은 평소에도 괴롭힘을 꽤 당한다. 얼굴에 대한 품평 댓글이 달리는 건 흔하다. 인신공격이나 성추행성 내용이 담긴 메일을 받기도 한다. 과거 고통받던 한 동료는 네이버 프로필에서 아예 사진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딥페이크는 조금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고도화된 인공지능(AI) 기술로 합성된 이미지는 피해자가 본인과 영상 속의 가짜를 분리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쉽게 실제의 나를 분리할 수 있었던 건 닉네임 아래의 실제 내가 누군지 남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딥페이크는 그 경계를 무너뜨린다. 타인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모욕하는 건 상대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가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가 자신을 분리하는 것마저 어렵게 하는 건 상대의 영혼을 부순다.

교묘하게 제작된 이미지가 타인에 의해 온라인에서 퍼지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은 빠르고 넓게 이미지가 퍼져나간다. 심지어 완전히 지워내기도 어렵다.

누군가는 어차피 가짜인 걸 모두가 알지 않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지금 우리끼리의 얘기다. 지워지지도 않고 널리 퍼졌다가 일정 시간 후에 다시 해당 영상이 나타난다면 그땐 진짜와 가짜의 범위가 더욱 모호해진다. 피해자는 회복의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가짜가 내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심지어 딥페이크 범죄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일수록 피해는 더욱 깊게 남는다. 이들은 내가 아님을 증명하는 목소리가 세상에 퍼지기 어렵다. 근본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텔레그램을 먼저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이다. 어딘가 다른 통로는 또 생길 수밖에 없다.

AI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전방위적 규제를 말하는 건 아니다. 예컨대 AI를 통한 성인물 제작을 막자는 의미는 아니다. AI를 통해 성인물에 타인의 인격을 함부로 쓰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쉽게 합의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자유주의 국가에서 자유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까지만 허용된다. 표현의 자유 또한 마찬가지다. 적어도 인격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선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확실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 우선이다. 잡기 어렵다는 현실로 핑계를 대는 건 범죄자들에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최근도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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