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관승의 리더의 소통] 인터넷 무법자와 악당 퇴치법

2024. 8. 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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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교류와 네트워킹 공간
각종 스팸과 범죄 온상 변해
자유방임만이 최선은 아냐

최근 단톡방 하나와 동호인 밴드에서 탈퇴하였다. 전문가 그룹의 건강한 네트워크와 최신 지식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생긴 어느 단톡방은 회원 수 약 300명,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탄탄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회원 수가 늘면서 커뮤니티 설립 초기의 목적에서 벗어나 상업적 스팸 글, 허접한 유튜브 동영상이 하루에도 두세 차례 올라오는 사례가 생겼다. 회원들의 불만이 늘어났어도 단톡방 운영자는 운영지침 재확인과 자제를 당부하는 미온적 조치에 그쳤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온라인에서 교류하는 어느 밴드 모임도 비슷했다. 취미 관련 전문 정보를 공유하자는 건강한 목적은 줄어들고 새벽부터 개인의 불만과 불안 심리를 담은 글을 거르지 않은 채 올리거나 특정 종교 포교, 검증되지 않은 건강 정보, 정치적으로 편향된 선동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난장판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운영자가 점잖게 하소연하면 그때만 잠시 들은 척할 뿐, 비슷한 사례가 곧 반복되었다. 온라인 무법자들이 설쳐도 보안관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자 밴드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호와 소음(The Signal and the Noise)' 중에서 신호는 사라지고 소음만 남은 격이다. 네트워크와 에티켓의 합성어로 인터넷 공간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뜻하는 네티켓을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최근 세상을 떠난 '유튜브의 어머니' 수전 워치츠키의 사례를 떠올리게 된다. 그녀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창업할 때 자기 집 차고를 빌려줘 구글 탄생의 밑거름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한데, 2014년에는 유튜브 CEO가 되어 10년 만에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그녀가 취임했을 때만 해도 유튜브는 본질적으로 '다스릴 수 없는 대상'이라 여겨졌고, 개인 콘텐츠에 개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구글의 본질적 가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믿을 때였다. 그러나 정치 선동이 난무하고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동영상, 심지어 어린이 대상의 음란물 동영상까지 퍼져 문제가 되자 범법 동영상을 찾아내는 '스크리너' 수만 명을 고용하기에 이르렀다. 규정 위배의 경우 동영상 강제 삭제, 계정 차단이라는 단호한 조치로 이어졌다. 개인의 창작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무질서의 나락으로 떨어져도 좋다는 자유방임주의는 더 이상 곤란하다는 선언이었다.

세계적인 플랫폼조차 영향력 있는 창작자를 제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콘텐츠 공유 플랫폼에는 상위 20%의 창작자 혹은 인플루언서가 참여를 이끌고 조회 수를 끌어온다는 연구 조사도 있고, 자칫 수백만 명의 팔로어와 수천만 뷰의 조회 수를 포기한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자유방임은 최상의 가치일까?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 뉴스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앤드루 첸의 책 '콜드 스타트'에서도 주요 이슈였다. 인터넷 초기인 1980년에 탄생하여 소셜 커뮤니티의 할아버지뻘 되는 '유즈넷' 사례가 그것이다. 듀크대에 서버를 두고 근처 노스캐롤라이나대와 리드대, 오클라호마대, 벨연구소 등을 주축으로 수준 높은 대화가 오가던 온라인 네트워크였다. 그런데 당시 미국 최대 인터넷 사업자 AOL이 가입자들에게 캠페인을 벌인 결과 갑자기 수백만 명의 신규 회원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확 변하게 된다. 포르노, 불법 영화도 쏟아져 들어오고 '스팸'이란 용어가 인터넷에서 처음 쓰이게 된 것도 바로 이때 유즈넷이었다고 한다. 원래 회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유즈넷 시작 30년 만인 2010년, 듀크대에 둔 서버를 폐기하기에 이른다. 좋은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상의 악당과 스팸을 자율적으로 걸러내야 한다는 교훈이었다.

[손관승 리더십과 자기 계발 전문 작가 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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