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의 스물일곱의 나에게 ⑦] 운 혹은 태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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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은 스며든다.
삶의 비밀 중 하나는 운이다.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어나중에 뭐든 되겠지. 그야 저 아이의 성격과 운명의 장난이 결정할 일이니." 성격, 즉 '운명에 대한 태도'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운명에 맞서는 태도는 견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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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다 한 뒤 바라는 것
다가오는 유혹은 밀어내고
운명은 받아들이되
그에 맞서는 태도 잃지말길
유혹은 스며든다. "좋은 땅이 매물로 나왔다. 최우수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특별 혜택"이라고 하면 귀가 쏠린다. 일주일 만에 수십 % 수익을 올렸다는 주식 투자방 링크에도 손가락이 반응한다(심심할 때는 그들과 통화도 하고 답신도 보낸다. 도대체 어떻게 나를 꼬실 것인가를 궁금해하면서).
스며든 유혹에 대해 내 반응은 미리 정해져 있다. "그렇게 좋은 것을(이) 내게 줄(올) 리 없다."
이미 세상에 가장 귀한 운은 거의 다 잡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더 이상 바라는 건 과하다. 가난했지만 성실하고 건강한 부모 밑에서 믿음직한 형과 함께 자랐다. 아름다운 아내와 딸이 있고, 귀엽고 다정한 댕댕이 냥냥이와 같이 산다.
운은 내가 할 일을 다 한 뒤에 바라는 것이다. 아무리 제 할 일을 다 한다고 해서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디폴트도 아니다. 이미 많이 받은 자에게 운은 덤이다,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모든 유혹에 초연한, 심지가 굳은 놈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게 아니다. 수시로 스며드는 유혹들에 얼마나 흔들리며 살았는지. 운에 대한 생각을 심플하게 정리한 때가 마흔일곱 즈음이다.
삶의 비밀 중 하나는 운이다. 운명이라 해도 좋다.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드니 디드로는 소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에서 우리가 운명을 이끌고 간다고 믿지만, 실은 운명이 우리를 이끌고 가는 것이라 했다.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슬퍼해야 할지 무엇을 기뻐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좋은 것은 나쁜 것을, 또 나쁜 것은 좋은 것을 가져오는 법이라고 했다. 요즘의 과학은 운명을 유전자 혹은 DNA로 풀기도 한다. 최정균 KAIST 교수는 '유전자 지배 사회'에서 "내가 유전자를 소유하지 않는다. 유전자가 나를 지배한다"고 적었다.
살아보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표현으로는 많이 모자라고, 운구기일(運九技一) 정도 해야 들어맞는다. 심지어 '오직 운뿐'일 때도 많다. 성공은 '운발'이고, 실패는 노력 부족이다. 어차피 정해진 것이니 애면글면하지 말고 수용할 수밖에. 그런데 (한때 나와 닮았다는) 현빈이 '시크릿가든'에서 그랬다. "그게 최선입니까?" 다시 생각의 회로를 돌린다. 다른 가능성을 찾고 싶다. 옛사람들도 운명과 의지 사이에서 무척이나 방황했었다.
'스토너'의 작가 존 윌리엄스의 역사소설 '아우구스투스'의 한 대목. 시저의 죽음을 전해 들은 소년 가이우스 옥타비우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그의 미래를 두고 그리스의 현자가 말한다.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어…나중에 뭐든 되겠지. 그야 저 아이의 성격과 운명의 장난이 결정할 일이니." 성격, 즉 '운명에 대한 태도'에 방점을 찍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성공의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가난하게 태어난 것, 둘째 허약하게 태어난 것, 셋째 배우지 못한 것.
가난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구두닦이, 신문팔이 등 많은 세상 경험을 했다. 허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건강의 소중함을 일찍 깨달았다.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받들어 배우고 노력할 수 있었다.
행운은 붙잡지 않는다. 유혹은 스며들지 못하게 방수 처리한다. 이미 받을 만한 것은 다 받았다고 믿는다. 운명은 수용한다. 그러나 운명에 맞서는 태도는 견지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조금 미안해졌다. 젊은 독자들이, 심지어 그 시절의 나조차도 역시나 꼰대라고 비난해도 할 수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면서 얼굴이 제법 두꺼워져서 웬만하면 견딜 만하다.
[김영태 전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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