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텔레그램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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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태동한 지 2년 뒤인 2006년.
스물두 살 러시아 청년 파벨 두로프는 '프콘탁테(VK)'라는 SNS를 창업한다.
2011년 러시아 총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거세지자 수많은 시위대가 정권에 저항하자는 '하얀 리본 혁명'을 외친다.
독일로 망명해 모든 절차를 암호화하며 보안을 더 강화하고, 메시지를 영구히 삭제할 수 있도록 한 비밀 SNS인 '텔레그램'을 창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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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태동한 지 2년 뒤인 2006년. 스물두 살 러시아 청년 파벨 두로프는 '프콘탁테(VK)'라는 SNS를 창업한다. 편리성 때문에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면서 '대박'을 낸다. SNS는 곧 '자유의 통로'로 변신한다. 2011년 러시아 총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거세지자 수많은 시위대가 정권에 저항하자는 '하얀 리본 혁명'을 외친다. 바로 프콘탁테를 통해서다.
두로프는 정보를 요구하는 연방보안국에 굴복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라는 소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지분을 매각한다. 정부를 의식한 투자자 압력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 창업한다. 더 독해진다. 독일로 망명해 모든 절차를 암호화하며 보안을 더 강화하고, 메시지를 영구히 삭제할 수 있도록 한 비밀 SNS인 '텔레그램'을 창업한다. 2013년이다. 이후 러시아 당국과 더 치열하게 싸운다. 연방보안국은 테러 위협을 이유로 암호화 비밀번호를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법원은 러시아 내에서 텔레그램 사용을 차단하는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수많은 사용자는 IP 주소를 우회하며 텔레그램을 사용한다. 오늘날 9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내 정보는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자유의 상징인 텔레그램 창업자가 전격 구속된 것은 아이러니다. 그는 프랑스에 입국하다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마약 밀매, 아동 착취, 자금 세탁, 중요한 정보 은폐 혐의 등을 적용했다. 두로프의 체포는 많은 시사점을 응축하고 있다.
국가가 사적 대화를 엿볼 권한을 갖는 것이 맞는지, 기업이 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지, 포르노 유통과 같은 디지털 범죄는 어떻게 척결해야 할지 말이다.
두로프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테러범을 뺀 나머지 사람에게만 안전한 기술이란 없다. 안전한가 아닌가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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