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메시지' 품은 오페라 '토스카'…"현대인에 던지는 화두"
내달 세종문화회관서 상연…게오르기우·임세경 등 유명 성악가 총출동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전쟁의 불안 속에서 사는 현대인에게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져보고 싶어요."
'오페라 거장' 푸치니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토스카'가 다음 달 5∼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상연된다.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오페라단이 준비한 대작 오페라다.
화제의 중심에 선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표현진은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전쟁고아로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터무니 없는 모든 상황이 충격이었다"면서 "'토스카' 공연을 통해 전쟁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00년 로마 콘스탄치 극장에서 초연된 '토스카'는 19세기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에 점령된 북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전쟁의 참화 속에서 벌어지는 세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토스카가 정치범으로 수감된 연인 카바라도시를 구하기 위해 경찰청장 스카르피아를 살해하지만, 결국 연인을 구하지 못한 슬픔에 투신하는 비극적 운명을 맞는 이야기다.
반전 메시지를 직접 드러내는 작품은 아니지만 표현진은 작품 속에 숨어있는 전쟁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관객에게 생각거리를 주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관객이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1900년대 초로 재설정했다. 또 무대 배경도 성당으로 설정해 전쟁으로 무너지는 성스러운 장소를 시각화할 예정이다.
표현진은 "전쟁이라는 것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시대를 정확하게 설정하진 않았다"면서 "1900년대 초에 있었던 1차대전이나 2차대전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토스카 공연에는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와 한국인 성악가 최초로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오페라 '아이다'의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이 주인공 토스카 역으로 출연한다.
또 세계 유수의 오페라단에서 주역을 맡아 최정상급 성악가로 활약하는 테너 김재형과 김영우,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바리톤 양준모도 무대에 오른다.
게오르기우와 김재형, 사무엘 윤이 5일과 8일, 임세경과 김영우, 양준모가 6일과 7일 공연에 나선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만큼 서울시오페라단은 두 팀의 무대를 전혀 다른 색깔로 꾸밀 예정이다.
표현진은 "세계적인 오페라 배우들인 만큼 연출인 저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와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배우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다 보니 팀 색깔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의견을 모두 다 살려 연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페라 연주 지휘를 맡은 지중배도 "두 팀의 공연이 굉장히 다른 색깔로 이뤄질 것 같다"면서 "두 팀의 배우들이 만드는 드라마를 잘 만든 세계 속에 담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음악을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푸치니를 기리기 위해 기획된 의미 있는 공연인 만큼 출연진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게오르기우는 "푸치니는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울림을 주는 작곡가"라며 "무대 위에서는 게오르기우가 아닌 캐릭터를 체화한 배우로서 그 감정을 모든 관객과 나누고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세경도 "다른 배우들과 경쟁을 한다거나 비교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저만의 토스카에 집중해 공연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중심을 잡아줄 악역 스카르피아를 연기하는 사무엘 윤과 양진모도 혼신의 노래와 연기를 약속했다.
사무엘 윤은 "스카르피아는 능숙한 잔인함을 무대 위에서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며 "비록 악역이지만 캐릭터의 정서와 역할에 100% 공감하면서 연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진모도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들이 무대 위에서는 허용된다"며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사악한 감정을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표현하겠다"고 약속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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