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여군 최초 심해잠수사 탄생…"남군과 똑같이 겨뤄"

김인한 기자 2024. 8. 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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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SSU 74년 역사' 첫 주인공은 문희우 중위…"아직 해군서 펼치고 싶은 꿈 많아"
"물속에서 눈앞 노래질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 받아…퇴교하는 동기들 보며 이 더 악물어"
문희우 중위가 30일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심해잠수사 휘장을 수여 받았다. 사진은 남군 동기들과 극한 훈련을 수행하고 있는 문 중위의 모습. / 사진=해군


대한민국 해군 최초 여군 심해잠수사가 탄생했다. 심해잠수사는 해난구조전대(SSU·Ship Salvage Unit) 핵심전력으로 바닷속 약 100m(미터)까지 투입돼 수중 군사작전 등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병력이다. 임무 특성상 강도높은 훈련이 요구돼 심해잠수사 지원자 절반 가량이 훈련 중 탈락한다고 한다.

30일 해군에 따르면 문희우 중위가 이날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심해잠수사 휘장을 수여 받았다. SSU는 1950년 9월 해상공작대로 창설된 부대로 74년 역사상 여군 심해잠수사 배출은 처음이다. 이번 수료식에서 문 중위를 비롯해 64명의 교육생(장교 9명, 부사관 24명, 병사 31명)이 기본과정을 수료했다.

문 중위는 지난 6월10일부터 12주간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받았다. 1~6주 차에는 매일 약 7시간 수영훈련, 주 차별 4~9㎞ 달리기 등을 통해 기초체력과 수영능력을 배양했다. 3~4주 차에는 3해리(약 5.5㎞) 맨몸수영과 4해리(약 7.4㎞) 핀·마스크 수영훈련을 실시해 해상생존능력과 장거리 수영능력 등을 점검했다.

7주차부터는 매일 10㎞ 달리기, 해난구조 특수체조 등을 통해 체력을 키우면서 고무보트(CRRC) 운용훈련, 스쿠버(SCUBA) 잠수 훈련을 실시했다. 8~11주 차에는 스쿠버 잠수, 비상탈출훈련, 잠수숙달 훈련 등에 나섰다. 문 중위는 이번 훈련기간 남군과 동일한 기준의 체력·수영검정을 모두 통과했다.

심해잠수사는 해난구조전대(SSU·Ship Salvage Unit) 핵심전력으로 바닷속 약 100m까지 투입돼 수중 군사작전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병력이다. 임무 특성상 강도 높은 훈련이 요구돼 심해잠수사 지원자 절반 가량이 훈련 중 탈락한다고 한다. / 사진=해군


문 중위는 2022년 3월 해군 학사사관후보생 132기로 입대해 그해 6월 소위로 임관했다. 대학에서 체육학·해양학을 전공해 물과 친숙했고 자연스럽게 해군 입대를 결정했다고 한다. 임관 이후에는 호위함인 대구함 항해사, 해군교육사령부 군수계획담당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4월 해난구조 기본과정에 지원했다.

문 중위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대학 시절부터 물에서 남을 돕거나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바다에서 국가에 헌신하는 해군과 각종 해상재난사고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심해잠수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에 입대해 2년간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심해잠수사가 돼 국가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꿈은 더 커졌다"며 "실제 지원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군인이 아니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했다.

해군은 30일 해군 최초로 여군 심해잠수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해난구조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여군 최초로 심해잠수사가 된 문희우 중위의 모습. / 사진=해군


문 중위는 심해잠수사 훈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어깨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카락을 1㎝ 정도만 남기고 모두 잘랐다. 문 중위는 "머리가 길면 수영을 비롯한 각종 훈련을 받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며 "머리를 자르면서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도 했다.

문 중위는 "입교 전 유튜브에 게시된 SSU 기본과정 다큐멘터리를 50번 넘게 볼 정도로 교육과정과 일정을 숙지하고 입교했지만 훈련은 상상보다 더 힘들었다"며 "훈련 초반에 매일 7시간씩 수영을 하고 뛰고 해난구조 특수체조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을 겪고 고비도 여러 번왔지만 특정 훈련을 통과하지 못해 퇴교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이를 더 악물었다"고 말했다.

문 중위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바다 수영 도중에 먹은 초코빵, 에너지바, 사탕이 기억난다"며 "바다에 떠서 바닷물과 달콤한 간식이 함께 입에 들어갈 때 '단짠단짠'(단맛과 짠맛)의 느낌은 고급 디저트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맛이었다"고 했다.

해군은 30일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여군 심해잠수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상훈련장에서 잠수사 2명이 조를 이뤄 물속을 원형으로 탐색하는 스쿠버 원형탐색 훈련을 하고 있다. / 사진=해군


그러면서 "뜀걸음, 체조, 수영, 중량물 입영 등 극한의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진행하며 체력을 거의 소진한 상태에서 인명 구조훈련에선 물속에서 눈앞이 노래지는 경험도 했다"며 "물에 들어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고비가 찾아왔지만 하루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문 중위는 "해군에서 심해잠수사의 꿈을 가졌고 도전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뤄냈다"며 "이번 도전이 군 생활과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 노력하면 뭐든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어 "심해잠수사의 꿈은 이뤘지만 아직 해군에서 펼치고 싶은 꿈이 많다"며 "후배들이 나를 보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해난구조 전문가로 잘 성장하고 싶다. 구조작전 전문가가 돼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심해잠수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담보할 수 있는 인정받는 장교가 되겠다"고도 했다.

대한민국 해군 최초로 여성 심해잠수사가 된 문희우 중위. / 사진=해군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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