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안건도 뒷전' 거제시의회 파행 장기화…시민 고통 불가피

이준영 2024. 8.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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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거제지역위, 서일준 의원 역할론 제기…시민단체 "서로 양보해야"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집회 현장 [민주당 거제지역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거제=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거제시의회가 경남 18개 시군 의회 중 유일하게 상임위원장을 뽑지 못해 후반기 원 구성이 지연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가 국민의힘에 의회 파행 책임을 물으며 전원 사퇴와 서일준 국회의원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30일 거제시청 앞에서 '거제시의회 파행 관련 국민의힘 규탄 집회'를 열어 "시의회 정상화를 방해하는 국민의힘은 거제 시민들에게 사죄하고 의원들은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의회운영위원장과 행정복지위원장은 민주당 추천 의원이, 경제관광위원장은 두 정당이 추천하는 후보를 두고 경선하기로 했다.

다음 날 재적 의원 16명이 모두 출석해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열었지만, 당초 합의와 달리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양태석 의원이 9표로 의회운영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다시 파행됐다.

국민의힘이 합의를 깨고 양 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탓이다.

이 같은 행태에 민주당은 지난 28일부터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양태석 의원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민주당 거제지역위는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상임위원장 구성을 두고 합의해놓고서 정작 투표에서는 미리 자기들끼리 정한 양태석 의원을 뽑은 건 신뢰의 문제를 넘어 민주당과 거제 시민들에게 사기 친 것과 다름없다"며 "국민의힘 시의원들을 관리해야 할 서일준 국회의원도 뒷짐 지지 말고 의회 정상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태석 의원과 부의장이 된 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두호 의원 모두 각각 성희롱 발언과 음주운전으로 탈당한 문제 있는 인물들"이라며 "그런데도 자리 욕심에 눈멀어 신의를 저버린 신금자 의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제시의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시의회가 파행을 이어가면서 거제시 현안 해결도 차질을 빚고 있다.

거제시는 이달 중순 시의회에 제248회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상임위원장을 뽑지 못해 안건을 다루지조차 못했다.

시가 부의한 안건은 1조3천810억원 규모의 2024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해 거제대대 이전 및 양여 부지 개발사업 협약서 변경 동의안, 거제시 비정규직 노동자지원센터 민간위탁 동의안 등 약 20여건이다.

특히 거제대대 이전 및 양여 부지 개발사업 협약서 변경 동의안은 사업자와의 계약 이행 기간이 이달 말까지라 더욱 시간이 촉박했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시의회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의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시는 지방자치법 규정에 따라 우선 시장 명의로 협약서 변경 동의안을 선결 처리했다.

시의회도 선결 처리에 동의하면서 추후 시의회가 정상화하면 사후 승인을 통해 처리할 예정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민생 안건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거제사랑상품권 할인율을 전통시장 등에 한해 기존 10%에서 15%로 확대하는 정책은 시의회의 조례 일부 개정이 필요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추석 전까지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이달 초 통영시와 협약한 '통영시 추모공원 화장시설 공동사용 협약'에 따른 분담금 99억2천600만원을 통영시에 납부해야 하는 것 역시 지금대로라면 다음 달 중 납부하기 힘들 수 있어 당초 계획인 10월부터 시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민생과 관련한 여러 안건이 시의회 파행에 막혀 처리되지 못하다 보니 시민들이 갖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처지"라며 "언제 어떻게 처리될지 가늠이 안 되니 행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정말 답답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의회 파행에 각종 현안도 차질을 빚으면서 이를 성토하는 시민 목소리도 커진다.

거제 지역 18개 면동발전협의회가 참여한 거제시발전연합회는 지난 29일 시의회 청사 앞에서 거제시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배동주 거제경제실천연합 사무국장은 "자리 욕심에 모든 것을 엉키게 만든 국민의힘과 약한 정치력으로 해법을 찾지 못하는 민주당 모두 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소 양태석 의원만이라도 사퇴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퇴로를 열어주고 민주당도 상임위원장 후보 의원을 바꾸는 등 서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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