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 의사제? 수억 연봉에도 못뽑는데…효과 의문"
"수술량 줄어 필수의료 수가인상 효과 의문"
"수련 내실화? 전공의 없이 무슨 의미 있나"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공백 사태가 반 년 넘게 지속되면서 지역 대학병원 교수들의 사직이 급증하자 정부가 지역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의료계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30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이날 6차 전체 회의를 열고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으로 내년부터 4개 지역에서 8개 진료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과·신경외과) 3년 미만 전문의 96명을 대상으로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선정한 지역병원에서 장기 근무를 하면 지역근무수당(월 400만 원)과 지자체 주거 지원을 해주고 해외 연수기회 등도 제공할 방침이다. 내년에 예산 14억 원을 투입하고,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립대 의대생이나 전공의에게 지방 근무를 조건으로 장학금, 생활비, 해외연수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후 빈 자리를 메워온 지방 국립대병원 교수들이 최근 서울 등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옮겨가고 있어 지역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계약형 필수의사제로는 수도권의 전문의들을 지방으로 유인하는 효과는 거두긴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강남성심병원 응급의학과를 사직한 이윤재 교수는 "4개 지역 8개 진료과목 전문의 96명을 지원한다고 하면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대략 1개 진료과에 12명꼴이고 지역별로는 3명 정도인데 업무량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면서 "지금도 지방의 공공의료기관에서 전문의에게 연봉 수억 원을 주겠다는 공고를 내도 뽑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전문의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요인으로는 인력난에 따른 1인당 과중한 업무강도 뿐 아니라 의료사고 위험 부담, 주거 문제, 생활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도 8개 진료과 전문의가 서울에도 부족해서 대학병원에서 응급실 수용 불가 사례가 수없이 나오고 있는데 계약형 필수의사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면서 "수도권의 장점을 포기할 정도로 업무 로딩을 줄여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어느 병원에 몇 명의 전문의를 어떻게 근무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야 지원자가 수용 가능한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의개특위가 발표한 '필수의료 저수가 구조 손질' 방안도 전공의 공백으로 신규 전문의 배출에 제동이 걸린 데다 수술 건수 자체가 대폭 감소한 상황이여서 실질적인 효과를 보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중증 수술 약 800개와 수술에 필수적인 마취 수가를 올리기로 했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시행되는 1000여 개(누적) 중증 수술과 마취 수가도 인상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간 5000억 원 이상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필수의료를 주로 담당해온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해 신규 전문의 배출이 요원해진 데다 전공의들이 주로 근무하던 상급종합병원의 수술 건수가 전공의 사직 전의 50~6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여서 필수의료 수가를 올려봐야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전공의들을 수련시켜 전문의로 양성시키던 대학병원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 수가를 올려봐야 줄어든 수술 건수가 올라가진 않기 때문에 적자폭이 다소 줄어드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개특위가 전공의들 연속 수련 24시간, 주당 수련 72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전공의 부재로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빅5' 병원의 호흡기내과 A 교수는 "전공의들이 근무시간이나 돈 때문에 사직한 것이 아닌데 이런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전공의들은 필수의료를 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무참히 짓밟혀 수련을 거쳐 전문의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도 의대 증원부터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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