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살해’ 공모·실행한 20대 남매…‘징역 15년’ 선고에 오열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2024. 8. 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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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부산에서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친남매가 징역 15년형을 선고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1부(이동기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24)씨와 여성 B(28)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누나 B씨의 경우,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 A씨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을 악용해 그가 친할머니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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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누나가 지적장애 가진 남동생에게 친할머니 살해 지시
재판부 “동생의 실제 범행, 누나와 계획한 것과 일치…공동정범 인정”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지난 설 연휴 부산에서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친남매가 징역 15년형을 선고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1부(이동기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24)씨와 여성 B(28)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B씨는 친남매 사이다.

지적장애인인 A씨는 설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2월9일 명절 인사를 명목으로 부산 남구에 있는 친할머니 C씨의 집으로 찾아가 화장실에서 폭행하는 수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누나 B씨의 경우,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 A씨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을 악용해 그가 친할머니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친할머니가 관리하던 돈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 및 실행한 것으로 봤다. 

기소된 A씨는 혐의를 전부 인정한 반면, 누나 B씨는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일 뿐'이란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왔다.

반면 법원은 누나 B씨가 친할머니를 살해한 동생 A씨의 공동정범이 맞다고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지적장애 2급인 A씨는 혼자 거주하며 친누나인 B씨에게 생활·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B씨는 작년 10월부터 A씨에게 '할머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특히 B씨는 같은 시기 할머니를 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납가루에 중독시키거나 곰팡이를 먹이는 방법 등을 제시하며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같은 시기 B씨는 A씨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용돈을 2배 이상 올려주고 카드를 쓰게 해주겠다', '할머니를 꼭 찾아가서 죽이자' 등 취지의 말을 했다"면서 "이같은 상황을 살펴보면, (B씨가) 지적장애가 있는 A씨에게 할머니에 대한 살해 동기를 강화하고 살해 계획을 구체화해 A씨가 실제로 범행을 수행토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B씨는 올해 초 '할머니를 몸으로 세게 밀어 제압한 뒤 폭행하고 수건 등으로 질식시켜 살해한 뒤 사고사 등으로 위장하자'고 살해 방법을 A씨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면서 "A씨의 범행은 B씨와 논의했던 살해 방법과 전반적으로 일치한다. A씨는 B씨의 계속된 심리적 강화와 지배에 의해 범행에 이르렀다. B씨는 존속살해의 공동정범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죄질과 관련해선 "A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 이전 할머니로부터 경제적으로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상대적으로 정신·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아 온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다. 그 결과가 어떠한 방법으로 변명할 수 없고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중대한 범죄"라고 지탄했다.

누나 B씨에 대해선 "B씨는 할머니로부터 A씨에 관련된 각종 업무의 처리나 갈등의 중재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B씨의 남편과 가족이 선처를 탄원하는 사정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A씨를 정신적으로 지배해 살해 계획을 강화하고 실제로 A씨가 범행에 이르게 함에 있어 상당한 지배와 기능적 지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A씨와 B씨는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낭독하는 과정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오열했다. 중형이 선고된 직후엔 누나인 B씨가 동생 A씨를 부둥켜안고 수차례 사과하며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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