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이르면 10월께 교섭 재개할 듯

권용삼 2024. 8. 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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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파업권 상실한 전삼노, 사내 다른 노조와 물밑 협상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창사 이래 첫 파업으로 적잖은 갈등을 겪었던 삼성전자의 사측과 노측이 이르면 10월에 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파업을 이끌었던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이를 위해 다른 노조와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 노사 양측의 교섭 재개 시점이 한 달여 뒤로 잡힌 것은 전삼노의 대표교섭권 및 파업권이 상실된 데 따른 것이다.

전삼노는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쟁의권을 확보해 사측과 재교섭에 나설 계획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권용삼 기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전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현재 파업권을 상실했다"며 "10월 1일 이후 빠르게 교섭을 진행해 파업권을 다시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삼노는 지난해 8월 대표교섭권을 확보하고 1년간 사측과 교섭을 벌였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지난 5일까지만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보장됐다. 이후에는 삼성전자 내 다른 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을 진행하거나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 때문에 대표교섭권과 쟁의권이 상실된 상황이다.

전삼노는 대표교섭권 및 파업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자 그동안 다른 노조와 연대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서왔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전삼노(4노조)를 비롯해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5노조) 등 5개의 노조가 있다.

전삼노는 지난 5일 제1노조인 사무직노조와 통합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2노조를 만나 전략적으로 교섭 신청을 요구했다. 다만 2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전삼노는 차선책으로 자신들과 통합을 선언했지만, 아직 해산하지 않은 1노조와 협의해 교섭 신청에 나섰다.

전삼노 측은 "애초 교섭에 나서기로 했던 2노조가 교섭 요구를 철회하면서 집행부 긴급 논의를 통해 1노조가 교섭 요구를 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며 "어느 조합이든 교섭 요구가 진행될 것이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1노조의 교섭 청구가) 특별한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법에 정해진 기준대로 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성실히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1노조의 교섭 요구는 전삼노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파업권과 교섭권을 잃더라도 1노조와는 이미 통합을 선언할 만큼 우호적 관계인 데다, 향후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3만6000명 규모의 전삼노가 대표교섭권을 다시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같은 날 전삼노도 개별 교섭을 사측에 신청했다.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4노조)가 지난 5일 통합식을 열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1노조의 교섭 요구에 따라 향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 등을 감안하면 '대표교섭노조' 선정에 약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사의 교섭 재개 시점이 10월 초로 예상되는 이유다. 전삼노 측은 "다른 노조로부터 이의가 제기되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없다면 단일화 절차 후 10월 1일부터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10월 1일 이후 교섭을 진행해 파업권을 다시 가져오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삼노가 그 동안 진행해온 게릴라 파업 등 쟁의행위도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8일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사측과 임금인상,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집중 교섭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당시 사측이 △노조 총회 4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전 직원 50만 여가포인트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을 제시하며 노조 측 안을 일부 수용했으나, 교섭 막판 노조 측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삼성전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전삼노는 이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였지만 총파업에 돌입한지 25일만인 지난 5일 조합원들의 경제적인 손실 등을 고려해 다시 현업에 복귀했다.

당시 전삼노는 "파업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뜻을 관철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투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전삼노는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휴일 근로 거부를 선언하는 등 '게릴라식 파업'을 실시했다.

한종희(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장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한편 이날 방송에서 전삼노는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의 만남도 시사했다. 전삼노 측은 "한종희 부회장이 오늘 노사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는 노조와의 만남에 흔쾌히 응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한시라도 빨리 한종희 부회장과의 직접 대면 소통 자리를 마련해줄 것을 사측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DX 임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DX 커넥트 타운홀 미팅'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임직원 모두 상생하는 관계를 구축하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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