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기록 관리 부실" 뉴스타파 보도에 뿔난 입양인들 항의 시위

강혜인 2024. 8. 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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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8개국 10개 한국 해외 입양인 단체가 입양 기록물 보존을 요구하며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 앞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가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지난 10년간 진행했던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의 부실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해외 입양인 단체들은 “모든 입양 기록을 온전히 보전하고, 아동권리보장원의 부실·법외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시위를 마친 후에는 아동권리보장원 측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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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단체 모여 보장원에 항의 시위…뉴스타파 보도 4일만

사진 설명 : 8월 30일 오전, 8개국 해외 입양인 단체와 2개 국내 단체가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30일 이른 오전, 8개국 해외 입양인 단체와 뿌리의집(해외 입양인 지원 단체), 아동권리연대 등 2개 국내단체 등 총 10개 단체가 주최한 항의 시위가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 빌딩 앞에서 진행됐다. 8개국은 각각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호주다. 이들 단체는 아동권리보장원을 마주보고 서서 “지금까지 입양기록물 부실 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6일, 뉴스타파는 아동권리보장원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한 이른바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에 총체적 관리 부실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은 민간 시설마다 흩어져 있는 입양 기록을 전산화 해 공공에서 통합 관리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 사업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전 중앙입양원 시절부터 지난 10년간 전산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사업에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었다는 의혹이 뉴스타파 보도로 처음 제기됐다. △입양기록이 백지로 스캔돼 있거나 △입양기록 원본과 스캔본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면표시'가 누락돼 있거나 △스캔한 입양 정보가 'ACMS'라 불리는 입양정보통합관리시스템에 미탑재되는 등 여러 문제의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뉴스타파 취재 이후, 아동권리보장원의 자체 조사와 보건복지부의 내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입양 기록 보호한다고 했는데…”

사진 설명 : 피터 뮐러 DKRG 공동 대표가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해외 입양인들은 뿔난 채로 이른 아침 아동권리보장원 앞에 집결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기록을 찾을 때마다 아동권리보장원 등 유관 기관들이 ‘기록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해온 것이 거짓이었다는 생각에서다. 

덴마크 한인 입양인 그룹인 DKRG(Danish Korean Rights Group) 공동대표 피터 뮐러 씨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입양인의 입양 기록 문서를 확보하고 보존할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2022년, DKRG를 대표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외 입양인의 입양 기록 보호를 긴급 호소한 사실을 회상했다. 

그는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입양 기록을 보호하고 보전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며 "이는 최근에 밝혀지고 있는 아동권리보장원의 입양인 기록 처리 방식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권리보장원에 대한 감사와 조사가 있어야 하며, 책임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시위에 함께한 미국 입양인 이미래 씨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며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얘기하며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과 경제력을 자부하는 한국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아동권리연대 조민호 대표는 "입양 기록물은 단순한 알 권리가 아니다. 한 사람의 역사이며 삶의 존엄과 생존의 문제"라며 "아동권리보장원은 당장 국내외 입양인 기록물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책임 있는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 설명 : 20년 가까이 해외 입양인들을 돕는 단체 뿌리의집을 운영해온 김도현 목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해외 입양인들을 돕는 단체 뿌리의집을 운영했던 김도현 목사도 이날 입양인들과 함께 했다. 김 목사는 이날 입양인들의 시위를 지켜보고 있는 아동권리보장원 직원들을 응시하며 분연히 꾸짖었다.

그는 "참으로 비통한 마음을 가지고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며 "입양인들은 조국으로부터 불법 입양, 고아호적, 인신 매매 등의 방식을 통해서 해외로 나가서 무한히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 그것이 1차 가해라면 (기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은) 입양인들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들(아동권리보장원)에게는 비통한 마음이 있느냐"며 "기록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 자체가 가해 행위라는 것을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외쳤다.  

보장원에 항의서한 전달...경찰에 수사 요청도

해외 입양인 단체는 시위 이후 다함께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입양기록물 전산화 사업과 관련해 아동권리보장원이 즉각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향후 이 사업을 위한 정부 자금이 적절하게 사용되도록 어떻게 보장할 계획인지, 입양인들의 입양 정보 접근을 위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등의 질문을 담은 항의 서한을 아동권리보장원 정익중 원장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 원장은 이날 자리에 없었고, 고금란 부원장이 대신 서한을 수령했다. 항의 시위를 마친 입양인 단체는 이후 서울 종로경찰서에 입양기록물 전산화 사업의 부실 정황을 수사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으로 이들은 매주 금요일 4회에 걸쳐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할 계획이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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