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역사교과서] '자유 민주주의' 명시··· 北은 국가 아닌 '정권'

박성규 기자 2024. 8.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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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사용될 한국사 교과서에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 문구가 실렸다.

통상 교과서 개발업체들이 성취 기준에 포함된 내용을 반영해 교과서를 만든다는 점에서 9종의 교과서에 자유 민주주의 표현이 들어간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평이 나온다.

9개 출판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수립 사실과 함께 '북한 정권'이 세워졌음을 본문에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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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7종·고등학교 9종 통과
尹정권서 교육과정 개정 확정···보수 시각 반영
일부 교과서 이승만 장기집권 표현
위안부 내용 축소 논란도
새 교육과정(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새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세종=연합뉴스
[서울경제]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사용될 한국사 교과서에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 문구가 실렸다. 북한은 국가가 아닌 정권으로 기술됐다. 윤석열 정권 취임 이후 확정된 2022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가 바뀌게 되면서 보수적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서술하면서 독재 대신 장기집권이라고 표현하거나 위안부 내용을 축소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교과서도 있어 내용을 놓고 진영간 충돌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고교 검정교과서 심사 결과를 30일 관보에 게재했다. 중학교 역사Ⅰ·Ⅱ 의 경우 출판사 7곳이, 고등학교 한국사 Ⅰ·Ⅱ의 경우 9곳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 학교별 교과협의회 등을 통한 소속 교원의 의견 수렴 작업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을 거쳐 10월 말까지 교과서가 선정되며, 내년부터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역사 교과서로 사용된다.

역사학계의 이목이 집중된 교과서는 고교용이다. 2022 교육과정 개정 당시 ‘자유 민주주의’ 표현을 놓고 보수·진보간 논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보수는 자유 민주주의를, 진보는 민주주의를 고수했다. 지난 2022년 11월 ‘2022 개정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이 확정됐는데, 결국 교육부는 논란이 됐던 '자유 민주주의' 표현을 성취 기준에 포함시켰다. 통상 교과서 개발업체들이 성취 기준에 포함된 내용을 반영해 교과서를 만든다는 점에서 9종의 교과서에 자유 민주주의 표현이 들어간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평이 나온다.

9개 출판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수립 사실과 함께 ‘북한 정권’이 세워졌음을 본문에 명시했다. 북한이 정식 국가가 아닌 정권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1948년 8월 15일에 대해서는 건국절 관련 논란을 의식한듯 9개 출판사 교과서 모두 ‘대한민국 수립’ 대신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했다. 이밖에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건 등 북한의 도발을 명확하게 표현됐다.

특히 이번에 처음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표지에 연평도 포격사건 그림을 넣는 등 보수적 시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교과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학력평가원의 교과서는 이승만 정권을 서술하면서 '독재' 대신 '장기 집권'이라고 표현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주로 참고자료와 연습문제 형태로 제시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자'라고 연습문제를 넣었고, 위안부 관련 단행본 발췌문과 사진·그림 등을 인용했다.

본문에서는 단 한 문장으로만 설명했는데 성 착취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 없이 '젊은 여성들을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또한 '자치론자들은 일제에 맞서기보다 식민 통치를 인정하면서 한국인의 자치권과 참정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고 기술하는 등 자치운동 소개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역사학계에서는 편향돼 있던 교과서의 정상화라는 평가한 함께 퇴행적 역사 서술이라는 비판도 나오면서 진영간 논란이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과서에 포함된 표현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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