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안심 못한다, 3주 쉬고도 '투수 4관왕' 페이스…페디 뺨치는 하트 'MVP 추격전'
[OSEN=이상학 기자] 3주를 쉬었는데도 투수 4관왕이 보인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카일 하트(32)가 3주 공백을 딛고 복귀하자마자 2경기 연속 승리하며 MVP 레이스 추격전을 시작했다.
하트는 지난 29일 창원 두산전에 선발등판,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10탈삼진 2실점으로 막고 팀의 10-2 완승을 이끌었다. 하트의 호투에 힘입어 NC도 2연패를 끊고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 23일 창원 KIA전(5이닝 4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1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승리를 따낸 하트는 지난 6월21일 문학 SSG전부터 개인 7연승을 달리며 시즌 12승(2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2.32에서 2.35로 소폭 올랐지만 1위를 유지했고, 탈삼진은 157개로 늘려 단독 1위에 등극했다. 키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156개)를 1개 차이로 제쳤다.
4회 제러드 영에게 한가운데 몰린 슬라이더가 실투로 들어가면서 투런 홈런 맞은 것을 빼면 흠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6회 ‘KKK’ 이닝 포함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 10탈삼진을 기록했다. 시즌 4번째 10탈삼진 경기로 두산 타자들을 압도했다.
PTS 기준 최고 시속 149km 직구 외에도 투심,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고르게 섞어 던졌다. 5가지 구종 모두 삼진을 잡는 결정구로 활용할 만큼 움직임이 좋고, 완성도가 높았다. 좌타자 상대 몸쪽 투심에 바깥쪽 빠지는 슬라이더, 우타자 상대 몸쪽 깊은 직구와 바깥쪽 멀어지는 체인지업,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구사한 하이 패스트볼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투구 레퍼토리로 위력을 떨쳤다.
다양한 공을 스트라이크존 넓게 활용하다 보니 타자들이 대응하기 어려웠다. 보더라인에 살짝 걸치는 핀포인트 제구까지 더해지면서 루킹 삼진도 3개를 잡아냈다. 양의지도 5회 하트의 몸쪽 깊게 들어온 직구에 꼼짝없이 삼진을 당하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이날까지 하트의 시즌 전체 성적은 23경기(142이닝) 12승2패 평균자책점 2.35 탈삼진 157개 WHIP 1.03 피안타율 2할1푼7리 승률 8할5푼7리. 평균자책점·탈삼진·WHIP·피안타율·승률 1위에 빛난다. 다승도 제임스 네일(KIA)과 공동 2위가 되면서 1위 원태인(삼성·13승)에게 1승 차이로 근접했다.
지난달 31일 고척 키움전 이후 감기 몸살에 시달리면서 수액을 맞을 정도로 컨디션 난조를 보인 하트는 예상보다 긴 3주간 공백기를 가졌다. 비율 기록인 평균자책점은 1위 수성은 문제가 없었지만 누적 기록에서 손해를 봐야 했다. 하트가 3주를 쉰 사이 원태인이 다승 1위로, 헤이수스가 탈삼진 1위로 올라서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하트가 복귀하자마자 2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면서 탈삼진 14개를 추가했다. 헤이수스를 제치며 탈삼진 1위를 탈환했고, 다승도 원태인에게 1승 차이로 따라붙었다. 평균자책점 2위 네일(2.53)이 타구에 안면을 맞고 턱 골절상으로 시즌 아웃된 만큼 하트가 크게 무너지지 않는 한 이 부문 1위 수성은 유력하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를 모두 차지해야 하는 투수 트리플 크라운이 가시권에 있다. KBO리그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1986년, 1989~1991년 해태 선동열, 2006년 한화 류현진, 2011년 KIA 윤석민, 지난해 NC 에릭 페디 등 4명의 투수가 7번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로는 페디가 지난해 최초로 해낸 뒤 시즌 MVP를 차지하며 미국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페디의 대체자로 온 하트가 NC 외국인 투수로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하고 있다. 하트는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뿐만 아니라 승률도 1위를 달리고 있어 KBO리그 공식 타이틀 4관왕까지 기대할 만하다. 지난해 20승6패를 거둔 페디는 승률 5위(.769)로 4관왕은 놓쳤다.
투수 4관왕은 1989~1991년 해태 선동열, 2011년 KIA 윤석민 등 2명이 총 4번 달성한 게 전부일 정도로 희귀하다. 1989~1990년 선동열, 2011년 윤석민은 4관왕을 발판 삼아 시즌 MVP까지 받았다. 1991년 선동열은 당시 기준 한 시즌 최다 35홈런을 폭발했던 빙그레 장종훈에게 밀려 3년 연속 MVP 수상이 불발됐다.
남은 시즌 하트가 4관왕을 해낸다면 MVP 후보로 손색이 없다. 올해가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이란 점에서 하트 성적의 가치는 훨씬 더 높다. 다만 올해 최연소, 최소경기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우는 등 시즌 내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김도영(KIA)의 기세와 화제성이 워낙 대단하다. 지난해 페디처럼 20승 또는 1점대에 근접한 평균자책점(2.00)처럼 상징적인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잔여 시즌 NC는 24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5~6경기 정도 추가 등판이 가능한 하트는 20승이 물건너갔다. 현실적으로 김도영을 MVP 레이스에서 추월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투수 4관왕이라면 김도영을 견제할 대항마로 충분히 위협적이다. 하트의 추격전 속에 김도영도 시즌 마지막까지 MVP 레이스에서 긴장을 풀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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