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건축업자 감형 논란…검찰·변호사 “이해 안돼”

이승욱 기자 2024. 8. 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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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에서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건축업자 남아무개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보다 형량을 절반 가까이 감형한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의 감형 사유가 재판부가 내건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등 혐의로 기소된 남아무개(63)씨에 대한 2심 판결문을 보면, 인천지법 형사항소1-2부(재판장 정우영)는 "임대차 갱신계약으로 임대인의 기존 임대차보증금 반환 시기가 늦추어졌다고 해서 그 반환채무까지 면제되는 재산상 이익을 피고인들이 취득하였다고 볼만한 법적, 논리적 근거가 없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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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이 ‘미추홀구 전세사기 면죄부준 법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승욱기자

인천 미추홀구에서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건축업자 남아무개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보다 형량을 절반 가까이 감형한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의 감형 사유가 재판부가 내건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등 혐의로 기소된 남아무개(63)씨에 대한 2심 판결문을 보면, 인천지법 형사항소1-2부(재판장 정우영)는 “임대차 갱신계약으로 임대인의 기존 임대차보증금 반환 시기가 늦추어졌다고 해서 그 반환채무까지 면제되는 재산상 이익을 피고인들이 취득하였다고 볼만한 법적, 논리적 근거가 없다”고 적었다. 범행 시점 이전 전세계약을 갱신했더라도 과거와 전세보증금이 같다면 반환 시기가 늦어졌다고 채무가 면제되지는 않기 때문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남씨 일당이 각자에게 적용된 범행 시점 이후에 새로 임대차 계약을 했을 때 전세보증금과 전세보증금을 증액했다면 증액분만큼만 전세 사기 피해액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판단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는 “재판부의 논리는 남씨 일당이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돌려줄 수 있는 능력이 됐을 때만 성립이 가능한 것”이라며 “현재 재판부는 2022년 1월부터는 남씨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 그 전제 아래에서 신규 전세보증금이나 증액분에 대해서는 사기로 인정했는데 이 같은 문구는 해당 전제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판결과 같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공소사실인 재물 편취의 사기죄 중 일부를 이익 편취의 사기죄로 인정한다면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현저히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앞서 검찰은 191건의 전세계약 중 신규 임대차와 증액 또는 기존 임대차를 모두 구별하지 않고 재물 편취의 사기죄로 기소했다. 이번 재판에서 재물 편취는 실제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행위를 말하며, 이익 편취는 계약 갱신을 통해 기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등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판결 요지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추가로 심리 기일을 지정해 재물 편취와 이익 편취의 사기죄를 나눠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04년 대법원 판례에는 검찰이 재물 편취의 사기죄로 공소를 제기했지만 실제로 이익 편취의 사기죄가 인정되는 경우 범죄 금액의 피해 내용, 기망의 양상, 피해의 내용이 동일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없다면 공소장 변경 절차 없이 이익 편취의 사기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이승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훼손된다고 보이지 않는다. 공소장 변경 절차가 없었다고 재판부가 이익 편취의 사기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보증금을 스스로 상환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갱신한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한다”며 “항소심의 심리가 미진했고, (재판부가) 법리도 오해했다”고 상고 이유를 밝혔다.

남씨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나홀로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가로챈(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15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7일 이 같은 원심을 파기하고 남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남씨에게 적용된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 등도 무죄로 판단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 대해서도 징역 4∼1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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