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강등은 오너 독점경영” 주장…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이진주 기자 2024. 8. 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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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30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독자 경영을 선언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최근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종훈 대표가 자신을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한 결정에 대해 반발했다.

박 대표는 30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사 내 모든 일을 오너가 독점 결정할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사례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 측은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배포한 자료에서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임종훈)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상법상 업무집행권이 보장된 대표이사 측 권한을 축소하거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 등에 의하지 않고 직무수행을 제한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한미약품 독자 경영 선언의 목적은 “한미약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인사팀, 법무팀 신설 등 조직 개편에 대해 임 대표 측에 미리 충분한 설명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전날 한미사이언스로부터의 독자 경영을 선언했다. 또 박 대표 명의 인사발령을 통해 인사팀과 법무팀 등을 신설하고 담당 임원 선임을 공지했다.

이에 임 대표는 박 대표가 지주사 체제에서 이탈하려 한 것이라며 박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 조치했다. 임 대표는 별도 인사조직을 신설하고 담당 임원을 선임한 박 대표의 조치가 “기존 인사프로세스를 따르지 않아 무효이고 인사권 남용”이라며 “(강등 조치는) 회사를 지키고 외부 세력을 퇴출하기 위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연합뉴스

박 대표는 법무팀 등에 영입된 임원이 외부 인사라는 주장에 대해 “일종의 프레임을 덧씌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간 인사팀을 거쳐 지주사 대표의 승인을 받은 뒤에야 인사발령이 진행돼왔다는 임 대표 측 주장과 관련해서는 “선진 경영 체제에서는 해당 발령 절차가 주주를 위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며 “이는 한미약품 이사회의 의사결정 권한을 축소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과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이 한미약품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며 이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임 대표 등 한미사이언스 측에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 방침을 존중해달라”며 “지주회사와 핵심 사업회사가 시너지를 내면서도 상호 간 경쟁과 견제를 통해 투명한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약품 가치가 올라가면 한미사이언스 가치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올해 초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한 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측과, 통합에 반대하는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 측으로 나뉘어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이 분쟁은 지난 3월 형제 측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지난 5월 두 아들이 모친인 송 회장을 지주사 공동대표 자리에서 해임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오너 일가의 갈등이 이번에는 한미사이언스와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간 경영권 대결로 심화하고 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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