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미래 전략으로 '방사성의약품' 낙점

정승필 2024. 8. 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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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장녀 최윤정 본부장이 직접 로드맵 발표…비교 분석 내놔
"황소처럼 빅바이오텍으로 도약할 것"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SK바이오팜이 빅바이오텍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래 모달리티(치료접근법)에 대한 사전 선점, 장기적인 선제 투자, 집중 육성이 매우 중요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인 'RPT(Radiopharmaceutical Therapy)' 등을 미래 전략으로 설정하고, 타이밍을 지켜가며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30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SK바이오팜은 RPT 신약 개발 역량을 집중해 오는 2027년까지 해당 분야에서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사진=SK바이오팜 제공]

RPT는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타깃에 결합하는 물질에 탑재한 뒤 미량을 체내에 투여해 치료하는 혁신적인 항암 치료 기술이다.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세포치료제 등의 뒤를 잇는 항암제 계보가 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방사성 동위원소의 짧은 반감기와 취급의 복잡성, 동위원소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시장 진입 장벽이 다소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SK바이오팜의 로드맵 발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이 도맡았다. 그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경우, 특성상 허가 이슈나 반감기 등 이런 허들 때문에 제조나 물류 관점에서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보면 원료의 공급망, 물류 허가 등 이런 프로세스에 진입 전략을 먼저 잘 구축해놓는다면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했다. 1989년생으로 중국 베이징 국제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인물이다. 공식행사에 참여한 적 있으나, 그가 기업설명회(IR)에서 직접 구체적인 전략을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바이오팜의 RPT에 쓰일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는 악티늄-225(AC-225)으로 선정됐다. 해당 물질은 미국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의 자회사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Isotopes)로부터 공급받는다.

최 본부장은 악티늄-225를 택한 배경에 대해 "노바티스가 개발한 방사성의약품 플루빅토와 루타테라는 '루테시움-177'이라 불리는 베타핵종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며 "그런데 최근 더 강력하고 정밀한 치료 잠재력을 가진 알파핵종인 악티늄-225가 떠오르면서 RPT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티늄-225의 방출 에너지는 루테시움 대비 10배가 넘기 때문에 암세포 살상력이 더 뛰어나고, 반대로 피폭 범위는 훨씬 작다"면서 "암세포만을 특정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사진=SK바이오팜 제공]

SK바이오팜은 자사의 뇌기전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높은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RPT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안정적인 제조·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따라 외부로부터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RPT 신약 개발 역량의 내재화도 추진한다. 기존 SK바이오팜이 가진 글로벌 수준의 화합물 설계 역량을 RPT 신약 설계까지 확장해 나가며, 악티늄-225에 특화된 자체 RPT 플랫폼 기술도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바이오팜은 지난해 9월 국내 유일의 글로벌 수준 방사선의학 전문 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KIRAMS)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연구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동훈 사장은 "SK바이오팜이 미국 현지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엑스코프리의 매출이 성장 단계에 진입했고, 전체 규모도 커지면서 3분기 연속 흑자를 시연했다"며 "이를 활용해서 상업화된 제품을 추가로 도입하거나 인수해 향후 새로운 계열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하되, 일희일비 않을 것"이라며 "잘 알다시피 제약·바이오 사업은 1, 2년 내로 결실을 보는 사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황소가 걸어가듯 천천히 나아가 중요한 마일스톤은 항상 체크하면서 빅바이오텍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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