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제과업계, '가격 인하' 마케팅 나선 속내는
해태제과, 작년 1종 이어 3종 가격 인하
물가 안정 기여…기업 이미지 제고 기대
최근 몇 년간 식품회사들은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식품 물가가 줄줄이 오르면서 정부가 나섰고 이에 호응한 식품업체들은 가격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몇몇 식품업체들이 이같은 '가격 인하'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나섰습니다. 소비자로부터 '착한 기업'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만큼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가격 동결' 바이럴 전략
오리온은 10년 넘게 가격을 올리지 않은 제품을 알리기에 나섰습니다. 단독 할인 판촉 매대를 세우고 ‘10년 이상 뚝심있게 지켜온 가격’이라는 문구를 표기하는 방식입니다.
오리온은 9월부터 주요 할인점을 시작으로 슈퍼마켓, 일부 온라인 판매처에서 10년간 가격을 유지해 온 제품 22종 중 14종을 5~1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젤리류인 마이구미·왕꿈틀이를 비롯해 과자류 마켓오브라우니·오징어땅콩·초코칩쿠키·고래밥·다이제 등입니다.
오리온은 이번 한시적 할인행사를 알리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SNS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오리온은 소비자가 행사 제품이나 매대 사진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필수 해시태그를 달면 응모를 통해 할인이벤트 제품 14종을 담은 선물세트를 증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증샷 이벤트는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 전략으로, 흔히 쓰이는 방법입니다. 참여자의 SNS 네트워크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고요. 이벤트 참여를 통해 고객과 브랜드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다수의 인증샷과 해시태그로 인해 브랜드 노출이 증가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상승하죠.
오리온은 그동안 다른 식품기업들과 달리 9년 간 제품 가격을 동결했는데요. 그러던 중 지난 2022년 9월 오리온은 전체 60여 종 중 16종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습니다. 주요 인상 품목으로는 초코파이(12.4%), 포카칩(12.3%), 꼬북칩(11.7%), 예감(25.0%) 등이었습니다.
당시 오리온은 원가 압박이 커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안정되면 제품 가격을 내리거나 증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번에 한시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가격 동결 행보를 강조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리온 관계자는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이번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10년 넘게 가격을 올리지 않은 브랜드의 특별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계적 할인도
해태제과는 최근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9월 9일부터 계란과자, 칼로리바란스, 사루비아 등 비스킷 3종 가격을 평균 6.7% 내리기로 했는데요. 지난해에 이은 추가 인하입니다. 정부의 권고와 소비자 반응을 고려한 처사로 보입니다.
앞서 해태제과는 지난해 '아이비' 1종의 가격을 10% 인하하는 데 그쳤습니다. 타사에 비하면 가격을 인하하는 제품 수가 적어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요. 홈런볼, 에이스 등의 인기제품은 빠진 조치여서 소비자들로부터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죠.
이번 가격 인하 소식을 알리면서 해태제과는 "원부재료 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원가부담이 높은 상황이지만, 고객 부담을 줄이고 물가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제품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해태제과가 이번에 가격을 인하하는 제품들은 밀가루 비중이 높은 제품들입니다. 국제 밀가루 가격이 하락하자 정부는 식품 가격 인하를 권고하고 있는데요. 이에 해태제과가 응답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국제 밀가루 가격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지난 2022년 크게 치솟았는데요. 올해는 연초 대비 10%가량 낮아졌습니다. 해태제과식품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40% 늘었습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선 가격 인하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수익성 악화를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원재료 가격이 내렸다고 해서 제품 가격을 내리는 것은 기업에게 의무가 아니죠.
그럼에도 식품사들이 가격 인하를 택한 이유는 당장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매출 증대와 브랜드 인지도 향상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권고를 수용했다는 명분과 함께 소비자에게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계산했을 겁니다. 다만 가격 인하가 곧 품질 저하로 이어져서는 안될 겁니다. 소비자들에게 기업 이미지란 좋은 품질, 가격 등에 의해 형성되니까요.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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