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원전 10기 수주 가능한데···"캐파 이미 한계, 시설투자 없인 물거품" [biz-focus]

유민환 기자 2024. 8. 3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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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업' 갈림길 선 두산에너빌리티]
尹 정부 들어 親원전 생태계 회복
UAE·사우디 등 추가 발주 대기 속
밥캣 분할로 1조2000억 실탄 마련
에너빌, SMR 100기 등 수주 도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5월 체코 플젠시에 있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원전 핵심 주기기인 증기터빈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두산
[서울경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면서 두산에너빌리티(034020)(옛 두산(000150)중공업)의 원전 사업은 급속히 쇠퇴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단 한 건의 원전 수주도 따내지 못하면서 한해 2000억~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 473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산은 그룹까지 흔들리면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지금은 매각한 두산건설의 경영 악화 요인도 있었지만 주력인 원전 불황의 여파가 그만큼 컸다. 자산과 주요 계열사를 매각해 3조 원가량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조건으로 채권단으로부터 3조 60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켜냈다. 이후 2022년 2월 채권단 체제를 조기 졸업했지만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HD현대에 넘기는 등 생채기가 남았다.

그룹의 상징인 두산에너빌리티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다. 2022년 이집트에서 1조 6000억 원 규모의 원전 계약을 따내면서 신호탄을 쐈다. 약 13년 만의 K원전 수출 재개였다. 7월에는 프랑스를 제치고 체코의 1000㎿ 원전 2기(24조 원 규모)에 대한 우선협상 대상자에 선정되면서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다시 마련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원전 사업 기회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이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멈춰 선 생산능력···추가 수주해도 감당 못 해”=문제는 캐파(CAPA·생산능력)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금 여력이 없어서 시설 투자를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수주를 하더라도 정작 생산능력이 받쳐주지 못해 적기에 납품을 못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볼륨 업’을 위한 투자가 그만큼 절실한 상황이다.

두산이 29일 밥캣·로보틱스 흡수합병 계획을 철회하면서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밥캣을 떼어내는 방안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회사는 밥캣을 분리할 경우 회사의 차입금이 약 7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두산큐벡스·분당리츠 등 비영업용 자산도 지주사 두산에 매각해 현금 5000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1조 2000억 원은 전부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전(SMR) 제작을 위한 시설 확충에 활용한다. 일각에서는 ‘캐시카우’인 밥캣을 잃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밥캣으로부터 받는 배당은 연 600억~700억 원 수준”이라며 “원전 관련 공장 1개를 추가 건립하는 데 7000억~8000억 원가량의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밥캣 분할이 이뤄지면 공장과 설비 등 제반 시설을 만들 투자금이 충분히 마련된다”며 “배당금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매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주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원전 10기·SMR100기 수주로 목표 늘려=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가 투자 여력을 만들어 원전 제작 기반을 확보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

회사는 내부적으로 5년 사업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 원전 수주 계획에 체코 원전 1기, 폴란드 원전 2기 정도만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전 세계적인 전력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 원전 수주를 검토하는 등 사업 기회가 늘고 있다. 영국·스웨덴·네덜란드 등의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통해 2038년까지 원전 3기와 SMR 1기를 건설하는 ‘원전 3+1’ 방안을 공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큰 장’이 열리는 상황에서 캐파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체코 원전에서 1기가 아닌 2기 수주에 성공했고 5년간 10기 수주를 목표로 잡고 있다.

SMR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본래 5년간 약 62기의 SMR 사업을 수주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최근 목표량을 100기로 늘렸다. 그만큼 전 세계적인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SMR을 연 20기 생산할 수 있는 제작 시설을 확보해 수주에 대비할 방침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를 빼면 원전을 높은 기술력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프랑스 정도”라며 “체코 원전 수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수주 경쟁에 앞서 있고 현재 시설 투자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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