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잊히지 말아야 할 우리 곁의 '송혜희'

황재훈 2024. 8. 30. 16: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논설위원 = '송혜희'. 적어도 한 번쯤 보거나 들어본 기억이 나는 이름일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 훨씬 낯설지 않게 다가온 이름일지도 모른다.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는 글과 사진이 담긴 거리의 현수막과 전단은 긴 시간 우리 주변에서 셀 수 없이 걸렸고 뿌려졌다. 딸을 찾으려는 아빠 송길용 씨의 애끓는 노력은 그렇게 25년간 이어져 왔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애 얼굴이나 보고 죽으면 좋겠다"고 말해 왔던 송 씨가 끝내 딸을 재회 못 하고 교통사고로 지난 26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많은 이들이 다시 한번 '송혜희' 이름 석 자를 되뇌며 안타까워했고 먹먹함을 느꼈다.

2016년 6월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서 송혜희양 아버지 송길용 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종 당시 고등학교 2학년, 17세이던 송혜희 양은 1999년 2월 13일 밤 경기도 평택시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하차 뒤 행방불명됐다. 당시 버스 기사는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따라 내렸다고 증언했지만, 용의자도, 송 양의 행방도 결국 확인되진 못했다. 부모는 이후 전국을 돌며 직접 딸을 찾아 나섰다. 현수막을 내걸고 전단을 돌렸고 시설이라는 시설은 모두 방문했다. 이렇게 '송혜희'는 우리 곁으로 조금씩 다가왔다. 혜희 양 모친은 딸 실종 후 우울증을 앓다 먼저 세상을 등졌다. 언젠가 저세상에서나마 사랑하는 이들이 재회할 수 있기를 빈다. 회한을 남긴 채 숨진 아버지의 '송혜희 찾기'는 이제 멈추게 됐지만, 우리 곁의 송혜희 찾기는 계속돼야 한다.

2016년 6월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 참가한 학생들이 실종자 찾기 전단과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송혜희 씨처럼 실종 신고를 한 후 1년 넘게 찾지 못하는 장기 실종아동이 지난 5월 현재 1천336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1천44명은 무려 20년 이상 찾지 못하는 케이스다. 해마다 새로 발생하는 실종 아동들도 있다. 거의 매년 2만 건이 넘는 18세 미만 아동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는데, 대부분은 부모의 곁으로 돌아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계속 생긴다.

2014년 5월, 서울 명동거리에서 실시된 실종아동 예방·찾기를 위한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매년 5월 25일은 '세계 실종아동의 날'이다. 정부도 2007년부터 이날에 맞춰 기념식을 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5년 '실종아동보호지원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내년이면 20년이 되는 데, 법 제정 이후 '지문사전등록제도', '코드 아담'(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에서 실종아동 발생 시 초기 총력 대응을 의무화한 제도) 등 실종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틀이 마련돼 왔다. 지문과 인적 사항이 등록된 아동의 경우 실종 사건이 발생해도 아이를 찾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한다. 2012년 도입된 제도인데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3명 중 2명이 혹시 모를 실종 사고에 대비해 지문과 사진 등을 경찰에 미리 등록해 뒀다고 한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어린이 사전 지문등록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을 하루 앞둔 2002년 5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어린이집에서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이 어린이들의 사전 지문을 등록해주고 있는 모습

사회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 가정으로 배달되는 법정 홍보물 한 면에 미아들의 인적 사항과 사진 등을 게재했다. 이 덕에 4년여간 실종됐던 2명의 미아가 가족의 품을 되찾았다는 보도가 당시 나왔다. 여러 기업도 실종아동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편의점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을 통해 장기실종자가 20년 만에 가족과 만난 일도 있었고, 홈쇼핑의 카탈로그에 실린 사진과 신상정보를 보고 22년 만에 가족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엄마와 장애아들이 유전자 정보등록을 통해 31년 만에 재회한 일도 있었다.

편의점 CU가 2002년 5월 서울 지하철역에서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광고하는 모습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라나기 위해선 온 사회의 노력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들이 실종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일이 벌어졌을 땐, 더 빨리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방안이 계속 보강됐으면 한다. 실종 아동 가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아이들을 찾는 데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사회,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jh@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