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한 발 물러선 두산… 사업재편 방향은
3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을 추진한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존속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 46%를 가진 신설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회사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쳐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통한 두산밥캣 100% 자회사 편입 및 상장폐지는 소액주주와 금융감독원 등의 압박에 밀려 철회하기로 했다.
두산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재편하려는 이유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사업 역량 강화 시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차입금 7000억원 규모의 두산밥캣을 떼어내면 그만큼 원전분야 설비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간 해외에서 체코원전 1기, 해외원전 2기(폴란드) 사업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사업기회가 빠르게 늘고 있다다. 국내에서도 최근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최대 4시 건설을 명시하면서 추가 원전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향후 5년간 연 4기 이상, 총 20기 이상의 대형원전 제작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SMR은 5년간 연 20기, 총 100기 이상의 제작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밥캣을 분할할 경우 회사의 차입금이 약 7000억원 감소해 각종 재무지표가 개선되고 외부 매각이나 차입에 활용하기 어려웠던 비영업용자산을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처분하게 되면 5000억 규모의 현금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줄어든 차입금 약 7000억원으로 추가 차입 여력이 발생하고 약 5000억원 현금 확보로 약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이 발생한다"며 "이러한 투자 여력으로 원전 설비 투자를 적기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로 편입돼 스마트 머신 사업 시너지를 모색하게 된다.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두산밥캣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다.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역량을 활용해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를 추진할 수있다.
양사 시너지가 발휘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무인화 솔루션 개발 등에 두산로보틱스가 보유한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사는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두 회사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겠다는 방침이다.
주주와 금융당국 설득은 과제다. 소액주주들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철회가 아닌 사업재편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매년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알짜배기 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내줘야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을 달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두번이나 퇴짜를 놨던 금감원도 향후 정정신고서를 승인할 지 미지수다.
이한결 연구원은 "두산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인적분할에 대한 기존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 자회사였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인적분할 반대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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