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장 팔린 中 게임 ‘오공’…‘반쪽짜리’ 흥행, 왜?

김가은 2024. 8. 3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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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게임 '오공', 출시 사흘만에 판매고 1000만장
판매량 85%가 중국 내수시장 "글로벌 흥행은 아니야"
"고유 문화를 콘텐츠로 내세웠다는 점은 본받을 점"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6년 개발 끝에 등장한 중국 최초의 AAA급 게임 ‘검은 신화:오공’ 돌풍이 거세다. 출시 후 사흘만에 1000만장 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흔히 소재로 삼는 서구권의 중세 등이 아니라 중국 고유 문화인 ‘서유기’를 배경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글로벌’ 흥행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판매량 대부분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나온 탓이다.

게임 사이언스 신작 ‘검은 신화: 오공’(사진=게임 사이언스)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출시된 오공은 판매량 1000만부를 돌파했다. 오공은 글로벌 대형 게임사인 텐센트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 설립한 ‘게임사이언스’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텐센트는 지난 2021년 지분투자 5%를 단행했다.

이 게임은 중국 고전인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다니며 요괴들과 전투를 벌이는 점이 골자다. 지난해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3’에서 플레이 영상을 공개한 뒤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 오공은 플레이스테이션5와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 출시돼 있다.

동시접속자 기록 또한 준수하다. 출시 당일인 20일 오공 동접자는 222만명을 넘었다.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에 이은 역대 동접자 2위 기록이다. 올 1월 일본 포켓페어가 출시한 ‘팔월드’의 210만명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 내 오공 평가(사진=스팀 갈무리)
오공을 바라보는 게임업계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먼저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공의 판매량 중 약 85%가 중국 내수시장에서 발생해서 글로벌 흥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30일 기준 스팀 내 오공의 평점 후기 63만개 중 약 59만개 가량이 중국 이용자들에 의해 작성됐다.

이들은 대체로 게임성에 관한 내용 보다는 ‘중국 고유 문화에 기반한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중국 문화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준 계기’라는 등 자화자찬의 성격이 많다. 앞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또한 “(오공은) 중국 전통문화의 매력이 잘 담겨 있다”며 “해외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였다”라고 논평을 내놨다.

반면 국내와 서구권의 평가는 복합적이다. 그래픽은 훌륭하지만 게임 내 맵이 없고, 번역 또한 미흡해 의미를 알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또한 타격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특히 높은 사양의 PC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자주 끊기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최적화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용자들도 많았다. 오공 마케팅 담당업체가 게임 리뷰어들에게 보낸 금지사항도 구설수에 올랐다.

‘검은 신화: 오공’ 인게임 화면(사진=게임 사이언스)

게임 스트리머들이 오공을 소재로 방송을 진행할할 경우 코로나19, 페미니즘,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 등을 언급하지 말라는 내용을 포함시켜 뭇매를 맞고 있다. 프랑스의 게임 스트리머 베노이트 레이니어는 지난 17일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며 “15년 동안 게임 리뷰를 하면서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논란이 많은 작품이지만 오공에서 배울 만한 점도 있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흥행을 위해 서구권에서 선호하는 중세나 판타지 등의 요소를 선택하지 않고 중국 내 고유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 또한 부러움을 사는 대목이다. 오공 게임 이용자들에게 서유기의 배경이 되는 장쑤성 화과산 무료 입장권을 나눠주거나, 정부 관계자가 개별 게임에 대해 논평하는 등 중국 정부가 대대적 지원사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오공의 성공은 중국 내수 시장에 의한 측면이 강하지만 고유 문화를 소재로 한 핵심 콘텐츠로 사용했다는 점은 눈 여겨 볼 지점”이라며 “또 중국 정부가 적극적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 게임업계와 정부 또한 이에 밀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가은 (7r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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