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사는 인간이여 …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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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도어는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쓸쓸하고 내성적인 중년 남자다.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은 그는 자신을 깨우려고 인공지능(AI) 운영체제 OSI를 산다.
서맨사는 그 어떤 인간보다 인간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감정 인공지능이 현실의 인간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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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도어는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쓸쓸하고 내성적인 중년 남자다.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은 그는 자신을 깨우려고 인공지능(AI) 운영체제 OSI를 산다. 간단한 취향 테스트로 '서맨사'라는 여성 인공지능을 만난다. 서맨사는 그 어떤 인간보다 인간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녀와의 유대감은 삶의 의미에 대해 심오한 감각을 일깨운다.
영화 속 '그녀(Her)'가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감정은 단순한 자기기만일까. 감정 인공지능이 현실의 인간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11년 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더 이상 공상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딥페이크 기술로 인해 가짜 뉴스뿐 아니라 가짜 감정과 가짜 현실이 넘쳐난다. 딥페이크 합성 사진은 신종 성범죄로까지 이어진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얻지 못하는 애정과 친밀함을 인공지능과의 로맨스로 대리만족한다. 인간의 고유 기능이라고 믿었던 감정마저 AI가 가진 것처럼 보이면서 감정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더 큰 질문은 인간의 정체성으로 귀결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까지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한 것이 마음이었다면, 마음이 작동하는 근본 방식인 의식은 어떤가. 사고와 감정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AI는 종종 의식이 있는 것처럼 대답한다. 영화에서 서맨사는 "몸이 없다"는 사실에 우울과 질투를 반복하면서도 인간처럼 세상을 자신의 시각으로 본다는 사실에 우쭐해한다. "이 감정이 진짜일까. 프로그램화된 것일까"라며 정체성도 고민한다.
철학자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는 AI 시대 소크라테스를 찾아 나선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격언은 실상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에둘러 말해준다.
문제는 인간에게도 의식이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나라고 하는 의식 혹은 자아도 환상이자 허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소크라테스는 산파술이라는 대화법을 통해 마치 산파가 아이를 낳게끔 도와주는 것처럼 끊임없는 질문으로 제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답을 찾아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저자는 AI 시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제대로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지적한다. 소크라테스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질문의 핵심은 '자기 성찰과 비판적 사고'.
인공지능은 지식을 자랑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무지'를 내세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을 안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이 겸허한 무지가 진정한 대화의 출발점이자 지혜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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