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전무 강등에 반발… "임종훈, 앞뒤 다르다"

전문경영인 체제 두고 갈등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30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 대표. /사진=뉴스1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자신을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시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인사 조치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했던 임 대표가 박 대표 중심의 한미약품 독립 경영을 반대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이날 한미약품그룹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문경영인을 지지하면서 전문경영인이 하는 인사를 반대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주사 대표를 존중하는 마음은 여전하다"며 "한미약품의 발전과 주주를 위해 어떤 방향이 좋은 선택인지 잘 감안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최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에 위임해 왔던 인사 부문 업무를 독립시키고 한미약품 내 인사조직을 별도로 신설했다. 한미약품이 한미사이언스 종속회사에서 벗어나고 박 대표 중심의 독자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임 대표는 이 같은 행동을 '항명성 시도'라고 판단한 뒤 박 대표의 직위를 사장에서 전무로 내렸다.

박 대표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한미 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부회장(3자 연합) 측 인물이라는 점도 이번 인사 조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임 대표가 3자 연합과 경영권 갈등을 이어오고 있는 점을 감안, 박 대표를 견제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임 대표의 인사 조치에 대해 원칙과 절차 없이 강행된 대표권의 남용 사례이며 실효성마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약품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하면서 지분 절반가량을 보유한 대주주 연합이 주장하는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목소리는 왜 듣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임 대표의) 인사는 지주사의 월권 또는 위법적인 조치로 엄연한 별개 주식회사인 한미약품의 이익과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