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영상 공개…소방대원들, 민주당 찾아 "무력감" 호소
소방대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의료 공백이 반년 넘게 지속되면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악화했다며 사태 해결을 호소했다. 응급실 뺑뺑이란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머물다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을 말한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는 30일 국회 본관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와 함께 '응급의료 비상사태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특위는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시로 구성된 당내 기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이언주·전현희 최고위원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소속 대원들은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로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했다. 권영각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장은 "최근 저희는 무력감을 느낀다"며 "국민들이 몸이 아플 때 희망을 갖고 119에 신고하시는데 재난에 처한 국민들을 병원에 이송해야 하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 (의료 공백으로) 뺑뺑이 사태로 인한 고통은 더 가중됐다. 응급의료 시스템이 점점 붕괴돼가고 있다고 현장에서는 느낀다"며 "수년 전부터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며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선 응급실 뺑뺑이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영상엔 뇌졸중 환자를 태운 119구급차가 2차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한 뒤 상급종합병원 앞으로 이동해 입원 수속을 요청하는 모습이 담겼다. 구급대원이 "인근 병원에서 다 안 된다고 한다. 환자 통증이 너무 심하다"며 항의했으나, 병원 관계자는 "가까운 지역 의료센터로 가셔야 한다"고 응했다. 그 사이 환자는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영상을 제공한 김성현 전공노 소방본부 서울지구 구급국장은 "직·간접적으로 이런 일이 많이 생긴다"며 "최근에는 (의료 공백으로) 병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작아지다 보니 정말 심각하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는 정말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기관평가 기준에 수용률·재이송률을 포함하거나, 지역별로 병원을 지정해 지원금을 주는 등의 대책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안이한 태도로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또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인력·병상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국회 차원에서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특위 위원장은 "언제부턴가 많은 국민들이 거리에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불안해한다. 제때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라며 "구급차를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하는 문제는 비단 최근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알지만, 의료대란이 발생하면서 그 정도가 심각해진 것 또한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응급의료 전문의가 지난해와 비교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며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운영이 제한된 응급실은 1.2% 수준이라고 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29일 국정브리핑에서) 비상 진료체계가 원활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같이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와의 비공개 간담회까지 진행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의료대란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와 함께 장기적 시각에서 의료시스템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대책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당장 대응할 만한 대안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집행권을 쥔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소방대원분들도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가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 KBS라디오에서도 "응급실에 인력이 많이 부족해진 것이 최근의 의료대란 때문인 건 모두가 아는 문제 아닌가"라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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