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전 의심 중학생, 응급실서 12시간 대기…“의사가 없대요”
올 상반기 119 재이송 2645건…‘전문의 부재’ 원인
민주, ‘응급실 뺑뺑이’ 영상 공개…“한시적 상황 아냐”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며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겪는 환자가 늘고 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이어진 의정 갈등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온열질환 환자까지 급증하며 응급실이 과부하에 빠졌다. 실제 응급실에 제때 이송되지 못해 상태가 악화되거나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부산 북구에서 야외 작업을 하던 40대 남성 A씨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쓰러졌다.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는 현장에 출동해 A씨를 구급차에 태운 뒤 부산지역 응급 의료 기관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10여개 기관은 모두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고, 수소문 끝에 신고 2시간여 만에 울산의 한 병원으로 A씨를 이송했다.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A씨는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1일 결국 사망했다.
지난 27일에는 충남 서산에서 만삭 임신부가 응급 분만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헤매다 결국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고, 15일 충북 진천에서도 119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낳았다. 둘 모두 가까운 지역 병원 4곳을 물색했으나, 수용 불가 답변을 받고 응급 분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장비 차량 2대가 충돌해 작업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친 작업자도 전문의 부족으로 16시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문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 원인으로 꼽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119구급대 재이송 건수 및 사유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119 재이송 2645건 중 40.9%(1081건)는 ‘전문의 부재’로 인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 진료 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지만 현실과 거리가 먼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와 함께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지금 상황이 한시적이라고 얘기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비상의료가 원활하다고 했는데,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현장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응급실 뺑뺑이 영상을 공개한 김성현 전공노 소방본부 서울지구 구급국장은 “전화는 10통을 해도 받지 않았고, 의료진에게 계속 통증을 호소하니 50분간 현장에 계셨다”며 “직간접적으로 이런 일들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기관을 평가하는 데 있어 중증·응급 환자 수용률, 지연율을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게 전공노 입장이다.
민주당 의료대란특위 위원장이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응급실에 인력이 많이 부족해진 건 최근의 의료대란 때문인 건 다 아는 문제 아닌가”라며 “정부가 유연한 태도를 취하기만 한다면 아마 의료계에서는 다른 대안들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일반 병원들이 연휴로 문을 닫으면서 응급실에 환자가 몰릴 경우 일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병·의원들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 응급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내달 11~25일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정하고, 응급 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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