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논설위원 성희롱 의혹 다음주 중 징계위 열듯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과 여성 기자들의 사진을 공유하고 성희롱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언론 보도의 후속 조치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다음주 중 징계위원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노동조합(노조)은 29일 발행한 조선노보에서 “회사는 다음주 중 포상징계위원회를 열고 향후 조사 절차와 대응 방향을 내부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후 논설위원을 징계위에 출석시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해선 “회사는 최근 논설실에 이어 총무국에서 해당 논설위원과 면담을 갖고 구체적인 경위를 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과 더불어 “징계위 조사를 통해 해당 논설위원의 진술서를 받았다”, “내부 절차에 따라 진상을 조사하고 있고 합법적인 선 안에서 경위를 파악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측의 설명이 담겼다.
조직 내부의 우려, 특히 여성 기자들의 불안이 큰 상황에서 사측은 노조에 “현재까지 회사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본지 기자 중 (기사에서 거론된)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더 자세한 조사를 통해 피해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하지만 대부분 해당 논설위원의 진술에 기초한 내용이기 때문에 피해 여부가 100%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조사 진행과 관련해 현재 조선일보가 겪고 있는 난감한 상황도 거론됐다. 향후 징계위를 열어 진상조사를 하고, 잘못이 확인될 경우 사규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징계의 전제인 사실관계 확인이 수월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노보에서 “명확한 진상 조사를 위해서는 해당 보도에 나온 논설위원과 국정원 직원 간 대화 내용을 담은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증거 확보 가능 여부는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논설위원의 스마트폰에서 국정원 직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 지워졌다면 포렌식 조사를 해야 알 수 있는데, 회사가 직원 스마트폰을 포렌식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보도가 나오고 10여일이 지났지만 회사에서 가시적인 조치는 물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 공식입장 표명도 없으면서 내부에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보에 따르면 여성기자 60여명이 소속한 조선일보 여기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회사 조치에 대해 불만과 건의사항들이 쏟아지고 있어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노조에 전했다.
한 조합원은 “회사 구성원을 향한 별다른 메시지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매체를 통해 ‘(당사자가)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한다’는 회사 관계자의 발언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고 했고, 또 다른 조합원은 “회사 움직임만 보면 거의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책임 있는 분이 나서 회사 내부에 ‘이렇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내부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고 노조는 노보에 적었다.
이번 사태 근간에 성비위에 동조해온 조직문화가 있다는 소속 기자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선 기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회사의 대응을 얼마나 주시하고 있는지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글도 게재됐다.
노조는 지난 22일 노보(1597호)를 두 차례 발행하며 첫 노보에 ‘평소 강간문화가 용인되던 우리 조직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나’란 표현을 실었다가 이후 이 문장을 뺀 채 재발행했는데 결정에 의문을 제기한 조합원이 보낸 기고였다. 노조는 “‘강간문화’가 성범죄에 적극 대처하지 않거나 성차별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둔감한 문화를 가리키는 학술용어이지만 이런 배경 설명 없이 해당 용어만 사용할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합원은 기고에서 노보 문구 수정을 거론, “편집국 간부들과 6층에서 해당 문구가 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하면서 빠졌다는 전언을 들었다”며 “헛웃음이 나온다. ‘강간문화’라는 말이 지나친가? 과연 지금 우리 회사는 이 문화와 관계가 없는 회사인가?”라고 적었다. 그는 “일주일이 넘도록 회사는 제대로 된 징계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침묵도 대답이다. 이 모든 과정이 이 회사에 강간문화, 동조자 문화가 얼마나 만연해있는지를 설명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다른 회사였다면 이미 정리했을 사안”이라며 “그동안 그랬기에 더더욱 이번만큼은 넘어갈 수 없다고, 조직이 이대로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볼 순 없다고, 많은 동료들은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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