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때문에 의석 잃었다” “박수 칠 일 아니다”···여당 연찬회에서 쏟아진 성토
대통령실과 정부가 의료개혁 보고를 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상당수의 의원이 정부의 소통 부재와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은 의료개혁이 지난 4·10 총선 패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질타했다.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를 결정한 과정과 향후 대책을 추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9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의료개혁에 관한 정부 입장을 보고를 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보고 후 비공개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안철수 의원 등 의사 출신과 초선·중진 등 10명이 넘는 의원들이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을 비판하는 취지의 질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원 대부분은 의료개혁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의정갈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현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을 했다. 정부 보고에서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현재 의료 상황이 괜찮다고만 얘기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질의응답 후 기자들과 만나 “걱정이 어린 의견 제시나 궁금한 점들 또 이게 만약 정부 계획대로 안 되면 플랜B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질문했다”며 “제 느낌만 말씀드리면 정부에서 하고자 하는 바대로 안 되면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아직 완전히 결정하지는 못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의사 출신 한 의원은 서울 대형병원의 인력 부족과 의료대란 상황을 전하며 정부의 ‘응급실 뺑뺑이는 없다’는 취지의 말에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다른 중진 의원은 “지역 의사 공급이 부족한 건 맞지만 정치는 현실”이라며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방안 등 구체적인 대안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원래 (2025학년도에) 2000명 증원하기로 했다가 다시 1507명으로 줄였는데 줄인 근거가 뭐냐고 정부 측에 물으니 대답을 못 했다. 그게 무슨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숫자냐”며 “질의응답 때 의원들이 박수치길래 박수칠 일 아니라고 꾸짖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정부의 홍보 방식이 제대로 대응을 못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개혁 때문에 지난 4·10 총선에서 의석을 잃었다는 취지의 비판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은 의사가 전통 보수 지지층임을 강조하며 “우릴 다 죽일 셈이냐”는 식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의사가 많이 사는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정부 정책은 이겼으나 정치는 실패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빨리 개혁을 마무리해 다음 선거엔 영향이 없도록 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유예해달라는 한동훈 대표의 중재안도 사태 해결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혁 동력을 떨어트린다는 평가가 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29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한 대표의) 2026년 증원 유예안을 받아도 학생들과 전공의는 안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한 일을 언급하며 “중재안으로 의료계를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고 오히려 개혁안을 후퇴시키는 중재안을 가져와서 아쉽다”는 취지로 말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2408291828001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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