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자칫 '뉴진스맘' 자리 잃을라…섣부른 입장문으로 일 키우기 그만 [TEN스타필드]

[텐아시아=이민경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 그룹 뉴진스, 하이브 사옥/사진제공=어도어, 하이브

《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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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그룹 뉴진스 총괄 프로듀서 직을 두고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측의 대립이 극명하다. 이 가운데, 민 전 대표에 대해 업계에서는 입장문으로 갈등을 악화해 '뉴진스맘'으로서 지위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어도어 사측을 향해서도 민 전 대표의 '뉴진스 총괄 프로듀서 지위'를 먼저 언급하며 사내 아티스트를 다시 갈등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데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 전 대표 측은 30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어도어 이사회가 제안한 프로듀싱 업무 관련 업무위임계약서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 전 대표 측은 "28일 어도어 이사회 의장 김주영이 '업무위임계약서'를 건네왔다"며 "언론을 통해 밝힌 프로듀싱 업무를 맡아달라고 제안을 하는 취지로 보기에는 그 내용이 일방적이고 불합리하여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에 따라 민 전 대표는 이 계약서에 서명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고 선을 그었다. 계약서 내용에 대한 반발로 뉴진스 프로듀싱 총괄 업무를 지속해서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 근거로 민 전 대표 측은 8월 말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단 2개월에 불과한 '초단기' 계약 기간에 의문을 제기하며 계약 조항에도 언제든 어도어 이사회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도어 측은 "민희진 이사의 사내이사 계약기간이 11월 1일까지였다. 그래서 잔여기간의 역할에 대해 계약서를 보낸 것이었다"며 "이후 계약은 재계약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도어 이사회의 일방적 계약 해지가 가능한 독소조항이 가득했다는 민 전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프로듀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해 경영상 큰 피해를 입히는 행위 등을 방지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며 "민 이사의 역할을 고려해서 임원들과 동일하게 '위임계약'으로 준비했고, 위임인 이상 당연히 포함되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어도어 측은 또한 "계약 조항들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입장문을 발표하기보다 어도어 이사회와 협의하는 게 정상적인 논의 절차"라며 지적했다. 

민 전 대표 측은 다시 이에 관련해 사내이사 임기와 프로듀싱 업무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며 3일이라는 시간 안에 계약서에 서명하라는 요청을 한 이상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협의가 불가했다고 반박문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불합리함을 참고 계약하면 그 조항들을 근거로 계약 위반을 언급하는 등 괴롭힘이 이어질 것"이라며 서명이 불가했다고 다시 한 번 설명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그룹 뉴진스/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그룹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는 현재 대중에게 알려진 민 전 대표의 가장 큰 직무다. 어도어의 주장대로라면, 사내이사 계약 만료 기간 이후에도 관계자로서 긴밀하게 논의하여 계약을 이어갈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뉴진스맘 민희진'으로서 '뉴진스와의 청사진'을 잇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던 그는 사측과의 논의를 시도하기도 전에 '계약 서명 불가'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민 전 대표는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내용의 계약서를 보낸 행위는, 과연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에게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지속하여 맡기고 싶은 것인지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며 "이는 의도적으로 프로듀서 계약 거절을 유인해 또 다른 언론 플레이를 위한 포석으로 삼고자 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며 어도어를 향해 강한 부정적 메시지를 건넸다. 

텐아시아 DB

민 전 대표에게는 '사내이사직 계약 기간인 11월까지는 우선 프로듀서직을 잇고 남은 계약 기간인 2개월 동안 천천히 사측과 협의한다'는 선택지도 있었다.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향후 계획을 사측과 상의도 하기 전에 어도어를 대중적으로 공격하는 입장문을 공유한 일은 다소간에 섣부른 결정일 수 있다.

30일 발표한 민 전 대표의 두 입장문은 그의 어도어 이사회와 맺은 관계를 악화시켜 향후 뉴진스 총괄 프로듀서 지위를 유지하는 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자충수가 됐다. 그가 '뉴진스맘'의 자리를 잃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어도어 사측 역시, 민 전 대표와의 애초에 협의할 의사가 없었다는 듯 서명까지 단 3일을 기한으로 제시하며 민 전 대표의 결정을 압박하듯 밀어붙였다. 또한 민 전 대표와 직접 상의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민 전 대표가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임의대로 '뉴진스 총괄 프로듀서직'은 유지한다는 거짓 정보를 공식 입장으로 발표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사회적으로 뉴진스와 깊이 연관된 인물로 인식되는 민 전 대표의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가 걸린 사안이라면, 어도어 사측에서도 '언론 노출 없이' 신중히 협의를 시도했어야 했다. 어도어가 내놓은 '얼렁뚱땅' 방식의 입장은 오히려 사내 아티스트인 뉴진스를 갈등의 중심으로 끌어오는 결과만 낳았다.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어도어는 뉴진스가 언급되는 부분에 대한 분쟁은 자제하고 법적 대응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진=민희진 어도어 대표 인스타그램 캡처

그럼에도 분명 민 대표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하루 2회에 달하는 입장문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입장문 배포에 신중을 기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앞서 '섣부른 입장문'으로 인해 민형사 고발을 당했던 바 있다. 그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던 어도어 퇴사자 B씨와의 개인 대화록을 지난 7월 31일 입장문과 함께 공개했던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B씨는 민 전 대표를 향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던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지금까지 쭉 참은 이유는 저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7월 31일 민 대표가 제 동의 없이 저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퇴사 일자부터 부대표 A와의 갈등, 말투까지 전부 저라는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다. 민 대표의 입장문을 본 해외 광고주한테까지 연락이 왔을 정도다. 더는 참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공론화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렇게 지난 27일 B씨는 민 전 대표를 대상으로 부당노동행위 및 노사부조리 혐의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고, 근로기준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허위사실 유포모욕 혐의로 민형사상 고발 조치를 취했다.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입장을 전하는 만큼, 입장문 공개는 논의로 해결할 수 있을 일도 틀어지게 만들 수 있는 파급력을 지녔다. 불필요한 입장 발표는 잠시 내려놓고 경영 외적인 프로듀싱 업무 관련으로 어도어 사측과 원만한 합의부터 '실천에 옮길' 때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