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과오’로 무죄 매년 700건…‘형사보상금’ 지난해만 568억 나갔다

변문우‧구민주 기자 2024. 8.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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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부족해 타 예산 이‧전용 1년 새 ‘7배’ 급증…‘23억’→ ‘168억’
檢 “4‧3 등 과거사 재심 판결 급증 영향…형사보상금 더 필요” 해명
민주당 박균택 “檢 잘못된 기소로 인한 것은 아닌지 내역 살펴봐야”

(시사저널=변문우‧구민주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 걸려있는 검사 선서 액자 사진. 오른쪽은 검찰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 연합뉴스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거나 수감 위기에 놓였던 무죄 피고인들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형사보상금'이 매년 편성 예산을 초과해 집행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윤석열 정부 임기 2년 차인 2023년에는 '568억원'을 지급해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검찰은 늘어나는 보상금 지급 탓에 부족해진 예산을 메우기 위해 다른 사업에 편성돼 있던 예산까지 당겨썼다. 검찰의 '단순 과오'로 인한 보상금 지급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개한 '2023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형사보상금은 568억5200만원이다. 이는 당초 예산으로 편성된 400억원보다 168억5200만원을 초과한 수치다. 형사보상금은 국가의 과오에 의해 국가 재정이 지출되는 구조다. 결국 세금을 내는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셈이다.

최근 5년간 형사보상금 집행 내역과 비교했을 때, 지난 한 해 총 지급액과 예산 초과액은 압도적인 수준이다.(아래 그래프 참고) 2022년 20억대를 유지하며 소폭이나마 감소세까지 보이던 형사보상금 예산 초과액이 지난해 들어 갑자기 100억대 단위로 갑자기 7배가량 뛰어오른 것이다.

법무부는 예산 초과액 168억원을 메우기 위해 '검찰청 운영 인건비'로 편성됐던 예산 중 141억원을 가져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에 검찰청 시설 운영비, 검찰 국외훈련 및 국제 형사 협력 지원, 과학수사 인프라 사업, 인권보호 검찰 업무 지원, 국민 생활 침해 범죄수사, 마약수사,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수사, 형사법 정비 등의 주요 사업 예산을 적게는 1000만원대부터 많게는 억대 단위로 끌어와 메웠다.

ⓒ시사저널 양선영

檢 '과거사 재심' 탓이라는데…예산정책처 "'검사 과오' 줄여야"

법무부는 4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던 형사보상금 이‧전용 금액이 1년 만에 급증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부터 시동이 걸린 '과거사 바로잡기' 재심 결과가 최근 급증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검찰 내 '과거사 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적극적인 과거사 재조사와 재심을 지시한 바 있다. 당시 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일부 과거사 사건에 대해 "검찰의 소임이 부족했다"고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과거사 재심 건수가 늘었고 불가피하게 형사보상금 지급 규모도 커졌다는 게 법무부와 검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이 같은 해명대로 재심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억울한 옥살이'나 '수감 위기'에 대한 보상금으로 매년 100억원대 이상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재심사건 무죄 판결로 인해 지급된 보상금을 제외하고도 총 2366건에 대해 131억6700만원의 형사보상금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예산정책처는 검사의 '단순 과오'(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린 후 검찰의 수사 과오를 인정한 건)에 대한 형사보상금 지급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했다.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매년 검사의 과오로 형사보상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700~800건씩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검사들의 수사 책임성과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공개 지적하고 나섰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박균택‧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26일 진행된 법사위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법무부 검찰국을 대상으로 지나친 형사보상금 지급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이에 법무부는 "제주 4‧3사건 등 과거사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재심 소송들이 많이 발생했다. 해당 재심 사건의 결정을 통해 보상금으로 나가는 금액들이 대부분"이라며 "앞으로도 지급될 형사보상금이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취지로만 답변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에 "과거사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소요된 형사보상금과, 검찰의 잘못된 기소로 인해 발생한 형사보상금의 규모를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 역시 검찰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업무상 과오가 인정되는 경우 빠르게 공소를 취소하거나 항소를 포기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형사보상금 지출 규모를 최소화하고 인권 침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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