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후 첫 언론인 ‘선동죄’ 유죄 판결…“이미 관에 들어간 언론 자유에 대못”
홍콩 당국 “홍콩은 언론의 자유 누려” 당당
홍콩 법원이 자진 폐간한 온라인 독립매체 기자들에게 선동죄로 유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홍콩 안팎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언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홍콩프리프레스에 따르면 전날 홍콩 법원은 입장신문(영문명 스탠드뉴스)의 전 편집장 청푸이쿤(54 ·사진)과 편집장 대행 패트릭 람(36)에 대해 선동죄로 유죄를 판결했다. 이들에게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17건의 보도와 논평을 통해 반정부 이념을 조장하고 당국을 불신하게 한 혐의가 적용됐다. 입장신문 운영 법인인 ‘베스트 펜슬 HK’는 같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입장신문은 홍콩 우산혁명 이후인 2014년 말 창간한 매체이다.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적극적인 온라인 생중계로 경찰의 시위대 탄압 상황을 전달해 관심을 끌었다. 입장신문은 홍콩보안법 도입 이후인 2021년 6월 또 다른 홍콩 대중매체인 빈과일보가 폐간하자 “문자의 옥(청조 시대 지식인 탄압)이 왔다”며 기사와 칼럼을 내리고 신규 후원 모집도 중단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의 탄압을 비껴가지 못했다.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는 2021년 12월29일 입장신문을 급습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동시에 전·현직 편집장과 캐나다 국적 가수인 데니스 호를 비롯한 전직 이사 4명 등 입장신문 관계자 총 6명을 체포했다.
중국 반환 이후 첫 언론인 대상 유죄 판결에 홍콩 안팎의 언론인 단체와 시민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홍콩기자협회는 “홍콩 언론과 미디어회사는 이번 재판으로 판결 전부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홍콩 정부는 올해 초 자체 보안법을 제정해 반란죄 형량을 최대 7년까지 상향했는데 이는 100년 전 (영국) 식민지 정부가 친중 언론을 탄압하던 수단을 고스란히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저널리스트 보호를 위한 NGO 위원회의 아리시스 쉬는 “이미 관에 들어간 홍콩 언론 자유에 대못을 박았다”고 평가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번 판결은 중국 영토 내 모든 독립적인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며 홍콩 당국이 법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외신기자클럽은 “이번 판결은 홍콩에 지국을 둔 세계 모든 언론사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대외관계청은 “이번 유죄 판결은 홍콩 기본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며 “홍콩 정부는 언론 자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언론인 기소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콩 당국은 판결을 두둔했다. 스티브 리 경찰 국가안보국장은 전날 판결 직후 “오늘 판결은 그날 취해진 집행 조치(기자 체포)의 필요성과 적법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법원 판결에서 밝힌 대로 입장신문은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저널리즘 윤리를 저버렸다”며 “외국 정치인 및 조직이 판결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난한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이 2020년 6월 홍콩 보안법을 제정한 후 홍콩에서는 민주 진영 정당과 언론, 시민단체가 붕괴됐다. 홍콩 당국이 지난 3월 별도의 자체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면서 홍콩의 언론 환경은 더욱 나빠졌다.
지미 라이 전 빈과일보 대표 역시 최근 유죄판결을 확정받았다. 홍콩 최고 법원인 종심법원은 지난 13일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를 조직하고 참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라이 전 빈과일보 대표 등 민주화 운동가 7명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라이 전 대표 외에 홍콩 민주당을 창당해 ‘민주파의 대부’로 불리는 마틴 리와 앨버트 호 전 민주당 주석, 마거릿 응 전 입법회 의원, 사회민주연선의 렁쿽훙 주석 등 홍콩의 원로 민주화 운동가들이다.
홍콩 사법체계에서는 유죄판결 이후 별도로 형량이 정해진다. 올해 초 홍콩 보안법 도입 이전 최대 2년이었던 선동죄 형량은 7년이다. 선동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을 경우 1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입장신문 기자들의 형량도 다음 달 정해질 전망이다.
https://www.khan.co.kr/world/asia-australia/article/20210630103400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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