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이어 애플·엔비디아도 오픈AI 투자하나... "수조 원 검토 중"

WSJ "협력 강화 위해 지분 투자 논의"
지분당 가격, MS가 낸 액수 3배 될 듯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로고. AP 연합뉴스

미국의 빅테크인 애플과 엔비디아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9일(현지시간) 알려졌다. 현재 오픈AI의 최대 주주는 마이크로소프트(MS)인데, 만약 애플과 엔비디아도 지분 투자를 최종 결정할 경우 오픈AI로선 전 세계 시가총액 1~3위 기업 모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셈이 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오픈AI가 추진 중인 자금 조달(펀딩)에 애플과 엔비디아가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두 기업이 계획하고 있는 투자 규모와 관련해선 '수십억 달러로 예상된다'고만 했을 뿐, 좀 더 구체적인 액수를 전하지 않았다.

신문은 앞서 미국 유명 벤처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털이 이번 펀딩에 약 10억 달러(약 1조3,345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오픈AI의 최대 투자사인MS도 추가 자금을 투자할 게 유력하다고 전했다. MS는 지금까지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3,511억 원)가량을 투자했고, 현재 이 회사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가 '오픈AI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고 WSJ는 분석했다. 두 회사는 오픈AI와 지분으로 얽혀 있지는 않지만,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애플은 다음 달 공개 예정인 아이폰16 시리즈에 오픈AI의 인공지능(AI)을 결합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오픈AI가 자사 칩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큰손' 고객 중 하나여서 최신 칩이 나올 때마다 오픈AI에 가장 먼저 공급하고 있다.

특히 애플이 오픈AI 투자를 결정할 경우,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올 전망이다. 애플은 그간 스타트업보다는 제조 파트너사에 주로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엔비디아는 지난 2년간 인플렉션AI, 데이터프릭스 등 다른 AI 업체에도 투자한 적이 있다.

오픈AI는 이번 펀딩에서 기업가치를 1,000억 달러(약 133조4,800억 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펀딩 당시에는 약 860억 달러로 평가받았는데, 더 비싸진 것이다. 작년 1월 MS가 100억 달러를 투자할 때의 평가 가치는 약 290억 달러였다고 한다. 애플과 엔비디아가 투자를 단행할 경우 지분당 가격이 MS 구입가 대비 3배 이상 비싸질 것이라는 뜻으로, 일찌감치 투자를 결정한 MS가 진정한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