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콕스, 유증·CB 납입 수차례 지연…자금조달 가능성 의문
투자주체 신규 조합…자금조달 능력 의구심↑
[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코스닥 상장사 메디콕스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메디콕스는 1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다섯 차례나 연기됐고, 같은달 추진한 전환사채(CB) 대금 납입도 3차례나 미뤄졌다. 특히 메디콕스는 주가마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자금조달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지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8일 메디콕스는 100억원 규모의 20회차 CB 대금 납입일이 다음달 26일로 연기됐다고 공시했다. 이에 지난 3월 초에 추진한 CB 발행은 6개월이나 늦어지게 됐다. 이 CB의 표면이자율은 1.5%, 만기이자율은 8%다. 전환가액은 779원이며, 발행주식수는 18.98%에 달한다. 최저 조정가액(리픽싱)은 액면가인 500원까지 가능하다.
이와 함께 메디콕스는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진행 중이다. 메디콕스는 지난 3월 추진한 120억원 규모 유증 납입일이 다음달 4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이번 유증은 다섯 차례나 지연되면서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CB와 유상증자의 대금 납입이 지연되는 가운데 발행 대상자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CB 발행대상자인 린에너지합자조합은 지난해 4월 신규 설립된 조합으로 재무 구조를 파악할 수 없다. 유상증자 대상자도 마찬가지다.이번 유증에 참여하기로 한 뉴그로우쓰밸류업1조합은 올해 설립된 신규 조합이다.
자금조달 주체가 모두 신생 조합으로 정확한 재무 구조를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주들은 이들의 자금조달 가능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메디콕스는 추진했던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발돼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이력이 존재한다. 메디콕스는 2022년과 2023년 총 4번에 걸쳐 총 455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들이 투자금 납입 불가를 통보하면서 자금조달이 무산된 바 있다.
특히 메디콕스는 주가가 끝없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자금조달 불발 위기가 고조될 전망이다. 메디콕스의 주가는 최근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20% 가량 빠졌고, 액면가 근처인 521원(8월29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1년 전 고점(1560원) 대비 66.6% 급락했고, 3년 전과 비교하면 93.5%나 폭락한 수치다.
현 주가는 CB의 최저 전환가액 대비 5% 높은 수준이다. 리픽싱이 액면가까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닌 셈이다. 유상증자 역시 신주 발행가가 액면가이기 때문에 현 주가 수준에선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메디콕스는 최근 3년 연속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영업손실 -93억원, 2022년 -115억원, 2023년 -10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57억원의 적자를 냈다. 메디콕스는 지난 2015년 이후 단 한번도 영업이익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대규모 적자 행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메디콕스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2차전지 사업에 진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회사는 미국 배터리셀 회사 이오셀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고객 맞춤형 배터리셀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과를 내기까지는 자금조달부터 기술개발, 공장 설립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각종 부실 자산을 털어내면서 흑자 전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존 주요 산업의 실적 향상과 수익률 높은 신사업으로의 진출을 통해서 질적인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조선기자재 등 주요 산업의 수주 증가로 연결 매출이 증가했다"며 "올해 조선기자재 사업 부문에 대한 설비 및 이차전지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통한 매출 확대를 기반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메디콕스는 111억4000만원 규모 19회차 미상환CB에 대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은 579원에서 555원으로 조정돼 전환가능 주식수가 기존 1924만주에서 2007만주로 크게 늘었다. 이는 발행 주식수의 3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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