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문 두드렸지만 경찰은 자고 있었다…40대 장애여성 변사사건 전말

지적장애 여성, 길 헤매다 파출소 찾아
당직 경찰 2명, 자느라 여성 발견 못해
여성 사망 때까지 4차례 순찰도 생략
하동경찰서장 등 16명 징계절차 돌입

30일 김남희 경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가운데)이 최근 하동의 한 파출소내 순찰차에서 숨진채 발견된 지적장애 여성 사망사고와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경남 하동의 한 파출소 순찰차 뒷좌석에서 숨진 40대 지적장애 여성이 사고 전 파출소 문을 두드렸을때 당직 경찰관들이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30일 순찰차 여성 사망 사건 관련 브리핑을 갖고 “당시 파출소 근무경찰관들이 기본 근무를 규정대로 하지 않아 사망한 여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오전 2시12분께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40대 여성이 해당 파출소 문을 두드렸다. 이 여성은 전날 오후부터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다 이곳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시각 당직 근무를 서던 경찰관 2명중 한명은 2층 숙직실에서, 또다른 한명은 1층 회의실에서 자고 있어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사망 여성이 순찰차 뒷좌석에 들어간 시각은 16일 오전 2시13분께다. 이 여성은 12시간 뒤인 당일 오후 2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순찰차는 16일 오전 6시~7시와 오전 11~12시, 오후 2시~3시 등 3차례 관내 순찰을 돌게 돼 있었지만 경찰은 한번도 순찰을 돌지 않았다. 심지어 이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된 17일 오후 2시까지 4차례나 순찰을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순찰차 인수인계도 허술했다. 통상 전날 야간 근무조가 다음날 오전 8시께 주간 근무조와 순찰차를 인수인계하고 이때 차량 잠금 여부, 차량 운행기록, 사이렌이나 전자장비 등 점검, 차량 내·외부 상태 확인 등을 거쳐야 한다. 사고당일 16일 오전에는 차량 운행기록만 확인했고 여성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음날인 17일에는 아예 인수인계가 없었다.

경남경찰청은 부실근무 책임을 물어 하동경찰서장과 범죄예방 과장과 계장, 해당 파출소장 및 소속 경찰관 등 총 16명을 인사조치 하고 징계절차에 돌입했다.

김남희 경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파출소 경찰관들의 근무태만과 관리부실로 피해자 조기 발견에 실패한 것에 대해 유족과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본청 차원의 3급지 경찰서에 대한 특별점검과 지역경찰 운영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